민주당 '재석 60명 미만' 필버 중단하는 개정안 추진
최초 필리버스터 주인공은 1964년 초선의 DJ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때 민주당 필버하며 국민 관심 끌어
여당 되니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하는 법 개정 추진
국힘 "소수 야당 권리 박탈하는 법"…민주 "책임있게 하라는 것"
[서울=뉴시스]정금민 김난영 우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필리버스터의 역사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10년 전 필리버스터로 주목 받았던 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필리버스터법(국회법 개정안)을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유지에 재적 의원 5분의 1 재석을 요구한다. 본회의장에 60명 이상 의원이 재석하지 않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중단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국회의 필리버스터 역사는 1948년 제헌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리버스터 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본회의 발언시간 제한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가능했다.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국회법 제46조에 따르면 “의원의 질의, 토론, 기타 발언에 대하여는 국회의 결의가 있는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발언시간에 제한이 없었다.
이 필리버스터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최초 주인공은 1964년 당시 초선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을 저지하려 5시간19분을 발언했다.
유신 시절인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폐지됐다. 1973년 “의원의 발언시간은 45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의장은 15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1회 안에서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후 39년 만인 2012년 국회선진화법(현 국회법)과 함께 재도입됐다. 몸싸움으로 얼룩진 '동물 국회'를 중단하고, 소수 정당의 의견 개진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제정 이후 한동안 법 조항으로만 있던 필리버스터 제도를 깨운 건 바로 지금의 민주당이다. 19대 국회 말인 2016년 2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려 당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뭉쳤다.
당시만 해도 필리버스터는 일반 대중에 낯선 개념이었지만, 3개 야당 소속 의원들이 짧게는 약 1시간, 길게는 12시간을 넘기며 국민 관심을 끌었다. 야3당(민주당·정의당·국민의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시간은 누적 192시간27분(약 8일)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당시 필리버스터 상황은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 특히 비난과 대치가 일상이던 정치권에서 '말의 예술'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환기하고 소수당의 의견 개진 기회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대 국회에서 1회 발동된 필리버스터는 20·21대 국회 각 2회, 22대 국회(이날 기준) 7회(16개 안건)로 점차 늘었다.
민주당에서는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 취지가 왜곡되고 야당의 '시간 끌기'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여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법사위에서 필리버스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소수 야당의 마지막 권리를 박탈하는 법"이라고 했다. '필리버스터 제도 개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방안도 당내에서 거론 중이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금지법이 아니다"라며 "말할 권리는 그대로 두되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은 책임 있게 자리에 앉아 있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제도 개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결국 의석 수의 한계로 개정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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