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된 빅테크…AI 메모리 사재기
공급 업체도 빅테크 납품 최우선 순위
소비자용 제품 찬밥…수급난 장기화 우려
메모리 공급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모바일, 소비자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메모리 등에 생산을 집중하고 있어 메모리 수급난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메모리 모듈 업체 트랜센드는 현지 시각 지난 2일 고객사에 안내문을 보내 "현재 시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심각한 부족을 겪고 있으며,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확장 계획에 의해 4분기에 상황은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로부터 칩을 받아 조립·판매하는 업체로,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의 최전선에 있다.
트렌센드는 "모든 주요 칩 제조사들은 대형 데이터 센터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 센터 업체) 고객들에게 공급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우리는 10월 이후 어떠한 새로운 칩 선적도 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메모리 사재기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의 생산 능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소비자용 제품 기업들은 사실상 찬밥 신세가 됐다.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 최근 소비자용 제품 브랜드인 '크루셜(Crucial)' 사업을 내년 2월까지만 운영하고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낮은 소비자용 제품 대신, 이제 안정적이고 고부가 제품 위주인 기업용 제품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현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급 절벽'이 오는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HBM의 경우 일반 칩보다 웨이퍼를 2~3배 더 많이 소모한다. 같은 양의 웨이퍼를 투입하더라도,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웨이퍼 잠식 효과가 크다.
공급 업체들이 납품을 연기하면서 칩 조달 비용은 현재 50~100%가량 급등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 우려로 인해 가격 인상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렌센드는 "주문에 대한 공급 리드타임(lead time)은 더 길어질 것이며 가격 또한 3분기 및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며 "이 상황은 적어도 향후 3개월에서 5개월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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