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특정 정권 유지보다 영향력 유지에 더 관심”
“다리를 태우지 않고 기다린 후 상황되면 다시 진입”
“美 영향권 논리, 대만 상황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 판단”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이 마약 수출 차단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본토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군사적 지원은 하지 않고 경제적 이득은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군사력 행사에 대해서는 비난하면서도 정권 교체 등이 일어날 경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분석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맞서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 中, 美 비난하지만 마두로 정권 옹호는 안 해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외부 간섭’이라 부르며 비난하면서 자제를 촉구했지만 마두로 정권을 옹호하려는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은 약 11척의 군함과 약 1만 5000명의 병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하고, 베네수엘라 영공을 폐쇄했다.
미국은 북미로 마약을 밀수했다는 혐의로 수개월간 카리브해의 선박을 공격한 데 이어 베네수에 대한 지상 작전도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2013년부터 집권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제국주의적 침략’이라고 비난하면서 저항의지를 보이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우방을 자처하는 러시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규탄하는데 그쳤다.
SCMP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이는 중국의 신중한 태도는 과거에도 익숙한 패턴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압력을 받는 파트너를 보호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신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접근성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 中, 특정 정권보다 영향력 유지에 관심
미국 육군 전쟁대학 라틴 아메리카 연구 교수인 에반 엘리스는 중국은 오랫동안 해외 군사 지원 제공은 피했으며 특정 정권 유지보다 영향력을 우선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는 부패, 도난, 승인되지 않는 계약 등으로 중국 기업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곳이었다”며 “정부가 바뀌면 전략적으로는 후퇴해도 사업상으로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2000년대 석유 붐 당시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원유 선적을 담보로 600억 달러가 넘는 대출과 신용 한도를 제공했다.
보스턴대 글로벌 개발정책 센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07년 이래 592억 달러의 중국 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라틴 아메리카 국가 중 가장 큰 수혜국이다.
하지만 석유 가격이 폭락하고 베네수엘라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조용히 투자를 중단하고 석유를 통해 돈을 회수하는 데 주력했다.
엘리스 교수는 “중국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며 “6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본 후 오래전에 신규 자금 대출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중국 석유 회사들은 국영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인 PDVSA와의 합작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PDVSA의 생산량은 2013년 수준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오랫동안 공약으로 내걸렸던 카라카스-푸에르토 카베요 철도를 비롯한 많은 프로젝트는 아직 미완성 상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주 지역 중국 무기 수출은 주로 베네수엘라에 집중됐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 및 국제연구 센터(CSIS)가 SIP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베네수엘라는 이 지역에 대한 중국 무기 판매의 85.8%를 받았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중국산 레이더 시스템, K-8 경비행기, 폭동 진압용 장갑차를 구입했다.
이러한 구매는 주로 2008년에서 2013년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서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초음속 훈련기이자 경공격기인 L-15 팔콘을 구매했다. 파키스탄이 5월 인도와의 짧은 갈등에서 사용했던 첨단 전투기 J-10C에도 관심을 보였다.
◆ 中, 베네수에서 합작 사업 어려움 등에 정권 교체가 유리할 수도
브라질리아 전략연구센터의 분석가이자 은퇴한 육군 대령인 파울루 필류는 베네수엘라의 중국 장비는 오래되어 유지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더와 항공기는 매우 오래되었고 새로운 인도나 기술 지원에 대한 증거도 없다”며 “중국의 협력은 차베스 정권 하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했다”고 말했다.
석유 생산국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에게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은 중국으로서는 좌절감을 가질 수도 있다.
엘리스 교수는 “미국의 괴롭힘을 비난하겠지만 중국은 마두로를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래 정부와의 관계를 재건할 때까지 조용히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엘리스 교수는 “중국은 다리를 태우지 않는다”며 “기다린 후, 재정비하고,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진입한다”고 말했다.
필류 분석가는 “미국이 뒷마당에서 일방적으로 행동하면서 영향력 논리를 인정하는 것은 미국이 대만에서 중국이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용인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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