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비전’ 강원랜드, 사장 공백에 골든타임 붕괴 초읽기

기사등록 2025/12/03 10:51:43 최종수정 2025/12/03 11:46:47

폐광지역 ‘생명선’ 끊길 위기…정부·정치권은 어디에

“K-HIT 프로젝트는 허상?”…창립 26년 최대 위기 직면

19일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K-HIT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폐광지역 경제 회생의 유일한 심장이자 3조 원대 미래 투자 전략을 막 발표한 강원랜드가, 경영 공백이라는 시한폭탄 앞에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 압박과 국내 규제의 포위망 속에서 돌파구를 만들겠다던 ‘K-HIT 프로젝트’의 대담한 비전은, 정작 이를 이끌 차기 CEO조차 없는 현실 앞에서 무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강원랜드는 2035년까지 3조 원을 투입해 연간 방문객 1300만 명, 매출 3조 5000억 원을 목표로 하는 'K-HIT 마스터플랜'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리조트 확장 계획을 넘어 폐광지역의 경제 재건과 국가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국가급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발표의 열기가 식기도 전인 4일, 지난 2년간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아왔던 최철규 부사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문제는 후임 사장 인선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임원추천위원회 개최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2026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사장이 취임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랜드 안팎에서는 "지금은 단순한 경영 공백이 아니라, 기업의 존망이 걸린 ‘위험 공백’"이라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

3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해 놓고, 이를 실행할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없는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프로젝트는 산적해 있는데 지휘탑이 없는 '방향타 없는 배'가 된 것이다.
 
강원랜드의 위기는 경영 공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부 환경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

2027년 두바이, 2030년 일본 오사카 등 초대형 복합리조트(IR) 개장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미 마카오를 비롯한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의 글로벌 톱티어 리조트들은 한국 고객들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는 20시간 영업 제한, 낡은 슬롯 및 테이블 환경, 베팅 한도 규제, 출입일수 제한 등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에 묶여 글로벌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불법 온라인 도박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합법적 시장인 강원랜드를 잠식하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강원랜드가 K-HI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범정부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내국인출입카지노 리조트로 단순한 공기업이 아니다. 일자리, 소상공인 매출, 지역경제 순환을 책임지는 '경제 생명선' 그 자체다. 사장 공백은 곧 지역 생존의 공백과 직결된다.
 
강원랜드는 20시간 영업으로 고객들이 이른 새벽부터 ARS 당첨번호에 따라 입장전쟁을 치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김태호 전 지역살리기공추위원장은 "강원랜드 후임 사장은 반드시 폐광지역의 실정과 설립 취지를 이해하며, 규제 환경과 정부를 조율할 정무 감각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가장 큰 우려는 '전문성 제로(Zero)인 중앙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업무 파악 1년, 시행착오 1년…그 2년이 강원랜드의 사망선고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경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K-HIT 프로젝트의 성패와 강원랜드의 존망은 결국 강원랜드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 여부가 달렸기 때문에 '정치적 코드'가 아닌 '생존의 기준'으로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상훈 태백시현안대책위원장은 “강원랜드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을 직시하고 지역사회와의 협조가 강원랜드의 자속가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인사가 차기 사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사회에서는 폐광지역에서 ‘석탄산업 전환지역’으로 명칭이 변경된 시점에 후임 강원랜드 사장은 석탄산업 전환지역을 수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의 선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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