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51명 숨진 홍콩 화재 비계 덮은 보호망, 방화 기준 못미쳐(종합2보)

기사등록 2025/12/01 18:58:14

시공업자들, 이윤 더 많이 남기려 시공 기준 지키지 않아

"사람들 생명 희생시켜 돈 벌려 했다" 비난 거세게 일어

홍콩 당국, 정부에 대한 비판 억제 위한 조치 나서

[홍콩=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홍콩 타이포 지구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에 아파트 건물들이 불에 그을린 채 남아 있다. 화재 진화가 종료된 가운데 사망자 수는 최소 151명으로 늘어났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실종 상태다.  2025.12.01.
[서울=뉴시스] 유세진 기자 = 지난주 대규모 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숨진 건물 주변 비계를 덮고 있던 보호망이 방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홍콩 관리들이 1일 말했다. 홍콩 당국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화재는 한 건물 주변 저층 방화망에서 시작됐는데, 보호망을 통해 건물 내부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아파트 8개 동 가운데 7개 동이 화염에 휩싸였다.

홍콩 정부 수석서기 에릭 찬은 화재가 발생한 7개 건물의 여러 위치에서 20개의 보호망 샘플을 채취, 검사한 결과 7개의 샘플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시공업체들이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시공 기준을 지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테스트 결과에서는 보호망이 표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화재로 인해 조사관들은 더 일찍 모든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시공업자들이 사람들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돈을 벌려 했다고 비난했다.

크리스 탕 보안부장관도 기자들에게 "불이 꺼진 후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곳에서도 샘플을 채취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는 11월26일 오후 타이포 교외 왕푹 법원 단지에서 발생, 28일 아침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최소 15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수천명이 집을 잃었다. 약 4600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타워 8개 중 7개가 불에 탔다.

화재 생존자를 위한 기부금은 1일 현재 9억 홍콩 달러(약 1699억원)에 달했으며, 화재로 소실된 건물 블록 근처 임시 추모소에 꽃, 카드 및 기타 헌사물을 놓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홍콩 경찰 재난 피해자 식별 부서 직원들은 주말 동안 건물 4곳을 수색, 시신 30구를 추가로 발견, 공식 사망자 수는 146명으로 늘어났다. 100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며, 79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가 난 단지의 건물은 모두 외부 리노베이션을 위해 나일론 망으로 덮인 대나무 비계로 덮여 있었다. 창문은 폴리스티렌 패널로 덮여 있었고 당국은 소방법 위반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홍콩 노동부는 주민들이 거의 1년 전부터 비계를 덮고 있는 그물 보호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었다고 밝혔다. 당국은 2024년 7월 이후 해당 보수 공사에 대해 16차례 점검을 실시했으며, 시공업체에 화재 안전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서면 경고를 여러 차례 발송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점검은 화재 발생 1주일 전에 이뤄졌었다.

홍콩 반부패청은 건설 회사의 이사와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를 포함한 11명을 체포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리에 본부를 둔 아시아센터 싱크탱크의 정치학자이자 선임 연구원 장 피에르 카베스탄은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홍콩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국가안전보장공서는 지난 29일 "이 재난을 이용해 혼란을 조장하고 홍콩을 교란하려는 숨은 의도"를 가진 "사악한 계략"에 대해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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