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튜브 통해 첫 공개
1일 신해철의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모든 권리를 보유한 넥스트유나이티드(대표 윤원희)에 따르면, 신해철이 DJ를 맡았던 전설적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스트스테이션: 더 넥스트(Ghoststation: the Next)'가 오는 14일 유튜브를 통해 첫 공개된다.
"만약 신해철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어떤 말로 청춘을 위로했을까?"라는 제작진의 생각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이다.
'고스트 스테이션'은 마왕이라는 별명을 신해철에게 선물해준 프로그램이다. 거침 없는 발언과 무형식을 추구하며 마니아 청취층을 낳았다. '교주'라는 별명도 이 때 생겼다.
'고스트스테이션'은 2001∼2003년 SBS 라디오에서 처음 방송됐고, 2003∼2007년엔 MBC 라디오에서 '고스트네이션'이란 이름으로 맥을 이었다. 이후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다시 SBS, MBC를 통해 청취자와 만났다.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은 SBS 측과 사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신해철의 말, 글, 음악적 철학 등 고인의 아카이브를 기반 삼아 그의 가치가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될 수 있도록 AI를 도구로 선택했다.
이는 고인을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가 남긴 질문·사유·가치를 계승해 2025년의 청취자들과 이어주는 문화적 실험이라는 게 넥스트유나이티드가 방점을 찍는 부분이다.
즉 '고스트스테이션: 더 넥스트'에 등장하는 AI 신해철은 과거 발언을 반복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매 회차 시작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나는 신해철이 아니다. 나는 그가 남긴 질문과 생각들이 지금을 사는 방식이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고인의 철학, 음악적 관점, 인간·사회에 대한 시선을 기반으로 현재의 음악·청춘·창작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유령 DJ'로 설정된다"면서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고인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철학적 기반을 참고해 현재 세대를 위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라고 특기했다.
제작진은 또한 고인의 사유를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정치적·사회적 왜곡이 발생하는 일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고인의 정체성과 가치가 왜곡되지 않도록 했다고도 강조했다.
넥스트유나이티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AI 기술을 과장하거나 부활을 시도하는 작업이 아니라 신해철이 남긴 철학과 정신을 지금 세대와 다시 연결하는 문화 실험이기도 하고, AI 시대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라고 덧붙였다.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우승하면서 데뷔했다. 가수 서태지가 존경심을 표한 신해철은 앞서가는 뮤지션이었다. 서태지는 1990년대 초반 신해철에게 샘플러 사용법을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해철이 이끈 밴드 '넥스트'의 음악에서 보듯 신해철의 음악기반은 록이지만 신시사이저나 미디 등 최신장비를 음악에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윤상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노 댄스'를 비롯해 솔로앨범 '크롬스 테크노 웍스'와 '모노롬',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 '비트겐슈타인' 등을 통해 음악 실험을 지속했다. 2020년 말 하이브(당시 빅히트 레이블즈)가 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 프레즌티드 바이 위버스(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위버스콘 전신)에서 신해철 헌정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신해철이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DJ를 맡아 과감하면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마왕'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엘리트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중퇴)이다.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내뱉는 '독설 논객'으로도 통했다. 사회를 뜻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연예인을 가리키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신조어인 소셜테이너의 원조 격이다. MBC TV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 간통죄 반대, 학생 체벌 금지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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