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 유착' 첫 재판…특검 "죄질 불량" 한학자 측"윤영호 독단"

기사등록 2025/12/01 13:16:15

한학자 측 "윤영호 정치적 야심에 독단 행위"

특검 "총재 승인 없인 집행 안 돼…죄질 불량"

오후 통일교 관계자 증인신문·韓 보석심문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2025.09.2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첫 정식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반면 특검 측은 "한 신도는 아들의 전세보증금을 헌금했는데, 그것을 피고인들이 자신의 보석 자금이나 유착관계 불법 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죄질이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2인자' 정원주 전 비서실장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한 총재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 "구체적 범죄행위는 윤 전 본부장의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된 독단적 행위이며 윤 전 본부장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한 것"이라며 "(윤 전 본부장과) 피고인의 공범관계를 구성하는 공소사실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 총재의 관여를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 총재 측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어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종교의 최고 지도자인 한 총재가 사업이나 정치 행위에 관여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고,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교부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실장 측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비서실장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여한 부분이 없다"며 "특검은 비서실장이었으니 상식적으로 (한 총재의 범행을) 모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추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함께 기소된 윤 전 본부장 측은 위법수집증거에 기반해 공소가 제기됐다며 진술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서울남부지검이 청탁금지법 혐의에 대해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얻은 증거를 영장과 무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증거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권 의원의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며 진술을 거부한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 이모씨 측은 "윤 전 본부장에게 목걸이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최종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공소사실 인부는 미정"이라며 "그 외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한다"고 했다.

반면 특검팀은 "한 총재는 통일교 절대 권력자로 정점에서 모든 범행을 승인했다. 본 사건의 모든 불법 자금 집행은 피고인 한 총재의 승인 없이 움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전 비서실장은 통일교 2인자로서 총재의 의중을 하달하고 비자금을 관리하고 의사결정에 조력한 권력자"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은 정교 유착을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도들의 돈을 권력 매수에 활용했다"며 "신도들은 아들 전세보증금을 빼거나 어려운 형편에 대출을 받아 통일교에 헌금했는데, 피고인들은 이러한 자금을 자신의 보석 대금이나 유착관계 불법 자금으로 사용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통일교 관계자에 대한 증인신문과 함께 한 총재의 보석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한 총재는 지난달 14일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했다. 그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안과 수술을 받고 구치소에 재수용된 바 있다.

한 총재 측은 고령에다 시술 후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보석 심문에서도 이 같은 취지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총재는 정 전 실장, 윤 전 통일교 본부장 등과 공모해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한 총재 등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 형태로 교단 자금 1억원가량을 전달한 혐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 등을 건넨 혐의 등도 받는다.

한 총재는 지난 9월 구속됐고, 이후 특검팀은 지난 10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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