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문가 "인텔, 최악의 상황 끝날 수 있다"
애플 노림수는…트럼프 지지·TSMC 협상력 견제
삼성에도 기회될까…엔비디아 등 선택에 관심
이번 협력은 공급망에서 철수했던 인텔이 다시 애플과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인텔 파운드리가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공급망 분석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텔이 애플의 'M 시리즈'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칩은 애플의 맥북에 탑재돼 시스템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애플이 회사 제품에 들어가던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 2020년 출시했다.
애플은 사실상 이를 기점으로 인텔의 기술과는 결별하고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다. 외부 의존도를 줄이면서 자체 매출을 확대하고 동시에 기기 성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 5년 만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인텔의 차세대 공정인 '18AP'(1.8나노급 파생공정) 공정 노드의 PDK(프로세스디자인키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PDK는 해당 제조 공정에 맞춰 칩을 설계할 수 있는 데이터 패키지다.
인텔과 다시 손을 잡고 제조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시도다.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이르면 2027년 2~3분기부터 해당 칩을 출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최악의 상황이 곧 끝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텔이 수주할 물량이 최신 모델이 아닌 엔트리급(보급형) 모델에 들어가는 이전 세대 칩일 것으로 평가한다. 주문량은 1500만~2000만대 수준으로 많지 않으며 애플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TSMC의 기술 리더십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업계에선 애플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강력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요구하는 공급망 관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제2 파운드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또 해마다 치솟는 반도체 제조 단가로 인해 TSMC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애플은 물론 다른 대형 고객들도 역시 TSMC의 대안으로 인텔을 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18A 다음 로드맵으로 14A(1.4나노급)를 준비 중인데 애플이 18AP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다면 향후 엔비디아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인텔과 협력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역시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공장)을 준비 중이다. 애플이 이번엔 인텔을 택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이미지센서(CIS)를 개발해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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