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홍수 부패 스캔들’ 항의 시위…가톨릭 참여, 군부 개입하나

기사등록 2025/12/01 10:26:26

30일 가톨릭 사제들 전국적으로 시위 주도

수도권에 1만 7000명 경찰 배치해 보안 강화

개입 요구받는 군부 “모험주의 가담 요구 거부” 성명 발표

[마닐라=AP/뉴시스] 지난달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민들이 '홍수 부패 스캔들'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12.0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구자룡 기자 = 올해 잇단 태풍과 홍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필리핀에서 30일 ‘홍수 부패 스캔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다시 벌어졌다. 

홍수 방지 기금 등을 유용한 부패 관리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로마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이 전국적으로 참여한 점이 9월 시위 때와는 달랐다.

군부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수호 등을 명분으로 개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군부는 성명을 발표해 불개입을 발표했다.

좌익 단체들도 마닐라의 주요 공원에서 별도의 시위를 벌이며 부패 연루 모든 정부 관리들이 즉시 사임하고 기소될 것을 요구했다.

AP 통신은 시민들의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30일 1만 70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마닐라 수도권에 배치돼 보안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마닐라 말라카낭 대통령궁은 주요 진입로와 교량이 진압 경찰, 트럭, 철조망으로 봉쇄되는 등 보안이 강화됐다.

통신은 군부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행정부에 대한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가운데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군은 30일 3명의 군 참모총장을 포함해 대부분 은퇴한 장군 88명 이상이 서명한 성명에서 “필리핀군이 위헌적인 행위나 군사적 모험주의에 가담하라는 어떠한 요구도 강력히 비난하고 거부한다”고 밝혔다.

군은 “은퇴한 지도자와 현직 지도자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필리핀군이 안정의 기둥이며 민주주의의 확고한 수호자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반부패 시위는 전국의 로마 가톨릭 교회가 주도했다. 수도권 고속도로변에 있는 민주화 운동 ‘피플 파워’ 기념비에서는 하루 종일 집회가 진행됐다.

경찰은 대부분 흰색 옷을 입은 약 5000명의 시위대가 정오 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최근 몇 년간 수천 건의 부당한 홍수 방지 사업에 연루된 국회의원, 공무원, 건설 회사 소유주들을 구속하고, 횡령한 정부 자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한 시위자는 “탐욕스러운 자에게 자비는 없다”라는 직설적인 문구가 적힌 셔츠를 입고 있었다.

가톨릭 사제 플라비 빌라누에바 목사는 “돈을 훔치는 것은 범죄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빼앗는 것은 동료 인간에 대한 죄이고, 국가에 대한 죄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신에 대한 죄”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탄압으로 살해된 빈곤한 마약 용의자의 많은 가족을 돕고 있다.

빌라누에바 목사는 시위대에게 “부패한 자들을 모두 감옥에 가두고 살인범들도 모두 감옥에 가두라”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7월 의회 국정 연설에서 홍수 조절 이상 징후에 대해 처음 경고한 이후 최소 7명의 공공사업 담당 공무원이 공적 자금 불법 사용 및 기타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홍수 조절 스캔들에 연루된 용의자들의 자산 약 120억 페소(약 3000억원)가 당국에 의해 동결됐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최소 37명의 유력 상하원의원, 건설사 임원 등이 크리스마스까지 감옥에 갇힐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위자들은 부패 연루자의 신속한 투옥과 함께 그들이 개인용 제트기와 고급 자동차, 저택, 사치스러운 생활에 사용한 자금을 반환하도록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필리핀에선 전국 수천 개의 홍수 방어 시설이 기준 미달이거나 미완성,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몇 달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1일 반부패 시위 당시에는 마닐라 대통령궁 인근에서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 병, 화염병을 던져 100명 넘는 경찰이 다쳤다.

이번 스캔들은 특히 홍수 사업 이권에 유력 국회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료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반발을 샀다.

올해 필리핀에서는 11월에만 ‘갈매기’와 ‘풍웡’ 두 차례 태풍으로 최소 259명이 사망하는 등 홍수 피해가 커지면서 ‘홍수 부패’에 대한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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