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2부(부장판사 이형석)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낸 공탁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공탁신청을 불수리한 공탁관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수원지법은 2023년 7월5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전날 접수한 강제노역 피해자 2명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공탁 신청에 대해 불수리(받지 않음) 결정을 내렸다.
공탁 대상자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배우자와 박해옥 할머니 유족 1명 등 2명이다.
수원지법 공탁관은 "공탁신청서에 첨부된 서류에 의하면 제3자 변제에 대한 피공탁자(채권자)의 명백한 반대 의사표시가 확인된다"며 "이는 민법 제469조 제1항에 따른 제3자 변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재단은 이의를 신청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해당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민사44단독은 "판결금채권과 같은 법정채권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만으로 제3자 변제의 제한이 가능하다"며 "이 사건 판결금에 관해 채권자인 피공탁자가 제3자 변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으므로 제3자인 신청인이 피공탁자에게 변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재단은 항고했고, 항고심은 이 사건 불수리 결정이 부당해 취소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항고심 재판부는 "다른 많은 나라에서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변제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고, 채권자가 제3자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채무자도 이를 거절하거나 채권자가 정당하게 거절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며 "채권자 일방이 거절하는 경우 제3자의 변제가 금지된다고 보는 것은 이례적으로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록에 의하면 채권자인 피공탁자만이 신청인의 변제에 반대의 의사를 표시했을 뿐이고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제3자의 변제를 제한하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3자인 신청인은 채무자를 위해 채권자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판결금 채무를 변제할 수 있어 채권자가 수령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이상 변제공탁 역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2023년 3월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대신 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내놨다.
발표 이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이 해법을 수용했지만,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수용을 거부해 왔다.
이에 정부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노역 배상 소송 피해자와 유족 등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배상금(판결금과 지연 이자)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고, 광주·전주·수원지법(평택·안산지원 포함) 공탁관들은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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