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재동반사업 멘토링이 만든 데뷔의 순간…뮤지컬 ‘조선의 복서’

기사등록 2025/11/29 11:00:00

뮤지컬 ‘조선의 복서’ 개발기, 세 창작자가 말하는 '성장의 기록'

엄혜수 작가·서진영 작곡가, 2023년 교육생으로 만나 작품 개발

2015·2016년 수료생 장우성 연출도 1차 쇼케이스 후 창작진 합류

엄 "창의인재로 데뷔하게 될 줄 몰라"…서 "멘토링 정말 좋아 추천"

장 "뮤지컬 배우·연출들도 창의인재 쇼케이스에 많이 관심가지길"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조선의 복서' 연출 장우성과 작곡 서진영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조선의 복서'는 한양대학교가 주관한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창작 뮤지컬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됐으며, 한국뮤지컬협회 주관 ‘2024 뮤지컬 융합 창작랩(MU:LAB) 쇼케이스’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5.11.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창의인재동반사업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무언가 다른 일을 찾아 헤매고 있었을 거예요." (엄혜수 작가)

뮤지컬 '조선의 복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복싱에 인생을 건 두 청년의 궤적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9월 9일부터 11월 9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창작 초연을 올렸다.

이 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창작뮤지컬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됐다.

그해 멘티로 처음 만난 엄혜수 작가와 서진영 작곡가는 팀을 이뤄 6개월간의 교육 기간에 작품을 완성했고, 수교생 리딩 쇼케이스에서 관객 평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지난해 뮤지컬 융합 창작랩 쇼케이스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첫 무대까지 이르게 됐다.

1차 쇼케이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합류한 장우성 연출 역시 2015·2016년 창의인재동반사업 수료생이다.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이 창작 뮤지컬 생태계의 인력 배출과 제작 기반 강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 사람을 만나 작품의 개발 과정과 창의인재동반사업 경험을 들었다. 엄혜수 작가는 통화로 인터뷰했다.

엄 작가는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더 체계적인 안내가 필요했다"며 "멘토님들이 교수처럼 작은 결까지 설명해주셔서 창작의 방향을 잡을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단 조감독 등 현장에서 활동하다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서 작곡가는 "멘토링을 통해 실제 창작 리듬을 새롭게 체득한 시간이었다"며 "예비 창작자들에게도 이런 경험은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꼭 경험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뮤지컬 '조선의 복서' 엄혜수 작가. (사진=엄혜수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의인재동반사업 교육생 지원 계기는.

▲엄혜수(이하 엄)="6개월 동안 지원금을 받으며 오롯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생계 걱정 없이 작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큰 유혹이었죠."

▲서진영(이하 서)="주변에 창의인재동반사업을 경험한 분들이 많았어요. 다들 '현장에서 얻기 어려운 배움'이라고 하더군요. 지원금을 바탕으로 제 작품을 개발할 수 있따는 점도 큰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장우성(이하 장)="경력도 없고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창작자에게 교육과 지원금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 그때는 간절하게 들렸습니다. 두 해 연속 도전해 교육을 받았죠."

-직접 경험해본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어땠나.

▲서="멘토링의 밀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최종윤 작곡가님을 오래전부터 만나뵙고 싶었는데, 제 음악적 선택을 신뢰해주셔서 큰 자신감을 얻었어요. 강남 작곡가님은 작품 전반을 세밀하게 살펴주셔서 저희도 더 치열하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엄= "주 1회 멘토링으로 매 단계마다 정확한 피드백과 리뷰를 주셨어요. 덕분에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조선의 복서'는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완성해낸 작품이라고.

▲서= "멘토님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엄 작가님을 뵀어요. 알고보니 학교 선후배라 소통이 훨씬 잘됐어요. 작품의 초기 시놉을 작가님이 가져온 덕분에 빠르게 방향을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엄= "창의인재동반사업 지원 서류를 낼 때 '조선의 복서'라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적어어요. 당시엔 제목과 시대적 배경, 복싱 정도의 설정 뿐이었죠. 멘토링을 통해 스토리·캐릭터·드라마 구조가 실제 작품의 모습으로 발전해나갔어요."

-쇼케이스에서 '조선의 복서'가 1등을 한 소감은.

▲서= "관객 평가가 있는지 조차 몰랐을 정도로 작품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 관객 반응을 접하니 '아, 이게 가능하구나' 싶었죠. 1위는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웃음)"

▲장= "제가 교육생이던 시기엔 지금처럼 체계적이진 않았습니다. 요즘 시스템을 보면 멘토링과 개발 과정이 더 안정적으로 정착이 된 듯해요."

-창의인재동반사업 작품이 대학로 공연으로 이어졌는데.

▲장= "아주 뜻깊은 과정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정말 특별한 작품이죠.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작품을 만들때는 상업적 성공보단 창작 완성도를 우선하지만, 무대에 서면 '생존'의 문제가 생기죠. 창작자들이 2~3년을 바친 작품이 일회성으로 끝나지면 안되니까 부담도 컸어요. 하지만 개발 단계에서 뿌리가 단단해졌기에, 공연 막바지에는 관객석이 꽉차는 걸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엄="이전에는 공모전(입상)까지만 하고 입봉이 안되는 경험이 반복됐어요. '조선의 복서'는 하고 싶은 걸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죠. 데뷔는 상상도 안했습니다. 그저 즐겁게 작업하고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데뷔까지 하게 됐어요."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장우성 연출에게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어떤 의미였나. 멘토로 참여해도 의미가 있을법 한데.

▲장="불러만 주신다면.(웃음) 창의인재동반사업 성과발표회(쇼케이스) 때 외부 연출로 4, 5년째 함께하고 있어요. 업계의 연출·배우들이 이 사업에 더 관심을 갖고,  쇼케이스에 외부 인력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예비창작자들에게 큰 자산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창작 활동에 실제 어떤 도움이 됐나.

▲엄= "창의인재동반사업 쇼케이스는 멘티들이 준비합니다. 배우 캐스팅부터 시작해 연습실 대여 같은 세세한 일도 직접하죠. 그 과정에서 '뮤지컬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하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편해져 실전에 투입됐을 때 훨씬 이해가 쉽고 잘 할수 있었어요."

▲장= "2015년 고선웅 연출님이 '지금 네가 진짜 깊숙한 곳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물으셨어요. 당시에 대답을 못했죠. 그런데 그 질문이 진리인것 같습니다. '네 이야기를 찾아라'라는 그 가르침이 제게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창의인재동반사업을 추천하고 싶나.

▲엄= "데뷔까지 준비한 분들보다 내가 어떤 분야를 진지하게 고민하고는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이 참가하면 '이게 어떤 거구나'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작 생태계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장= "기회가 절실한 친구들, 꿈은 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친구들에게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과 교육 시스템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크죠."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더 강화하거나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은.

▲장= "특강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민찬홍 작곡가님의 강의를 들으며 '언젠가는 저분과 작업해보고 싶다'고 꿈꿨는데, 실제로 함께하게 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엄= "수료생들의 두번째 기회가 조금 더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두번만 지원이 가능한데, 한번 수료한 사람은 덜 뽑는 경향이 있거든요. 혹은 수료생을 위한 후속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더 풍성한 생태계가 될 것 같아요."

▲서="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계약 건이나 회사와 소통하는 방법은 잘 모르거든요. 현실로 맞닥뜨렸을때 막막한 경우가 많아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조선의 복서' 작곡가 서진영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조선의 복서'는 한양대학교가 주관한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창작 뮤지컬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됐으며, 한국뮤지컬협회 주관 ‘2024 뮤지컬 융합 창작랩(MU:LAB) 쇼케이스’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5.11.30. pak7130@newsis.com

-후배 창작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엄=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즐겼으면 합니다. 쓰고 싶은 작품을 꾸준히 쓰다보면 때가 옵니다. 즐겁게 하는 사람이 오래 가더군요."

▲서= "멘토링을 받는 시기를 가볍게 보내지 마세요. 이런 사업이 아니면 진짜 현장에서 홀로 선택해야 해서 부담도 큽니다.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도 잊지 말고요."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은가.

▲엄= "내 작품을 보러 온 시간 그 자체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너무 거창하지 않고 그 시간 만이라도 아깝지 않고, 즐거운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서= "'조선의 복서'를 하며 음악 뿐 아니라 제 생각도 작품에 더 녹여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남의 이야기에 곡만 얹어 주는게 아니라 더 깊이 개입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위로나 응원을 말로만 담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 그 감정을 건네는 연출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동기획:한국콘텐츠진흥원)
뮤지컬 '조선의 복서' 포스터.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