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정점 전년比 31.8%↑…한 가마 6만원 상승
선제격리에도 11월 말 전년比 한 가마 4.4만원↑
쌀값 강세·내년 양곡법 시행…재배면적 증가 우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올해 수확기 산지쌀값이 수확기 끝자락에도 한 가마에 23만원에 육박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10월 초 정점을 지나면 산지쌀값이 완만히 하향되지만, 정부의 신곡 10만t 선제격리 후인 이달 말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되면서 내년 쌀 재배면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국가데이터처 산지쌀값조사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정곡(20㎏) 산지가격은 5만704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4만6021원보다 1만1025원(23.9%) 높은 수준이다.
80㎏(1가마) 기준으로는 18만4084원에서 22만8184원으로 4만4100원이 올랐다. 수확기 막바지까지도 20㎏당 5만7000원선이 유지되고 있다.
수확기 정점인 10월5일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상승 폭은 더 크다. 지난달 5일 산지쌀값은 6만1988원(20㎏)으로, 전년 같은 날 4만7039원에 비해 31.8% 상승했다. 한 가마 기준으로는 약 6만원 상승한 셈이다. 산지쌀값이 20㎏당 6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관련 통계가 개편된 후 처음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올해 수확기 쌀값은 전·평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던 것과 같이 산지쌀값은 전년 대비 높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산 쌀 최종생산량을 353만9000t으로 확정했다. 쌀 예상 소비량인 340만9000t을 감안하면 약 13만t의 초과생산량이 남는다. 정부는 지난달 수확기 대책에서 과잉생산량을 실제보다 많은 16만5000t으로 예측해 10만t을 시장에서 사전격리했다. 이에 따라 시중에 방출되는 초과 생산량은 3만t 수준이다.
소비자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쌀(상품) 소매가격은 20㎏당 6만2427원으로, 전월(6만5373원)보다 4.5% 하락했지만 전년(5만4623원)보다 14.3% 상승했다. 순 평년(5만5411원)보다도 12.7% 비싸다.
쌀값 강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논 재배면적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10년간 쌀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연간 1~2%씩 감소해왔다. 쌀 소비 감소, 타작물 전환 정책 등으로 재배면적 감소세가 구조적으로 지속돼왔다.
그러나 올해 논콩 재배면적이 늘었음에도 가격 하락과 생산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친 농가가 많았다. 여기에 쌀값 상승이 이어지자 내년에는 다시 벼농사로 돌아가겠다는 농가도 등장하고 있다. 쌀은 타작물 대비 기계화율이 높아 노동 부담이 적고,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이 더 높아진다.
더불어 내년부터 시행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재배면적 관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쌀 가격이 공급과잉 등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재량적으로 매입 물량과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 전량 의무매입안에서 완화됐지만 여전히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매입해준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농업계는 수확기마다 반복되는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 격리 중심의 대응을 넘어 구조적인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논 타작물 재배 확대, 쌀 가공식품 기반 확대 등 중장기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재배면적 확대→과잉 생산→격리 의존이라는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국산 쌀로 만든 우리술과 쌀 가공식품 등의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전날 농협경제지주와 함께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를 개최했고, 국산 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 우수업체의 품평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부는 오는 1월 양곡소비량 조사를 참고해 추가 격리 여부를 포함한 수확기 대책을 다시 세밀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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