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30일 여성 軍의무복무 도입 국민투표

기사등록 2025/11/28 17:15:53

남성 대상 복무 의무 여성까지 확대

진정한 평등 vs 불균형 심화·재정 부담

초부유층 상속세도 투표…둘 다 부결 가능성

[에든버러=AP/뉴시스] 2018년 자료 사진으로, 영국 에든버러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스위스 군악대 모습.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스위스가 이번 주말 여성 의무복무 도입에 대해 국민 투표를 실시한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현재 군 복무 의무를 여성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27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는 30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 복무' 안건에 대해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른바 '시민 복무(Civic Duty)'안은 초기에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으나 최근 몇 주 사이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측은 '진정한 평등'과 사회 결속 강화를, 반대 측은 여성 불균형 심화와 경제적 부담을 내세운다.

이 제안을 주도한 위원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스위스 시민이 군 복무나 대체 복무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 결속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 책임자는 노에미 로텐은 AFP에 "이것은 진정한 평등을 목표로 한다"며 "현행 제도는 남성에게만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복무를 통해 얻는 유용한 네트워크와 경험에서 배제되는 여성에게도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 민간 보호, 공익 복무, 자원 소방대 등 모든 청년이 공동체 복지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유럽에서 전쟁과 지정학적 혼란이 계속되는 지금 여성에게 공동 프로젝트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부여할 때"라고 강조헀다.

반대 측은 이 제안이 평등을 증진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시리엘 위그노 스위스노조연맹(USS) 평등·가족·이주 문제 담당자는 "이 제안은 스위스 여성의 현실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며 "스위스 여성은 이미 시간의 60%를 무급 노동에 쓰고 있는데 남성은 그 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여성에게 더 많은 무급 복무를 요구하는 것은 불균형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스위스 정부 역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며 부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모집 인원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실제 필요를 훨씬 초과하고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신병은 최소 4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 뒤, 이후 10년에 걸쳐 수주간 재교육 훈련에 소집된다.

로텐은 이에 대해 "참여 인원이 많아지면 복무 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국가 시민 복무는 일종의 '투자'가 돼, 재난 발생 시 스위스의 회복력을 높일 것"이라며 "준비하지 않는다면 희생으로 계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위스는 기후변화 대응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초부유층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투표한다.

스위스 사회당 청년 조직이 제안한 이 안건은 5000만 스위스프랑(약 90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에 대해 50% 상속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 2500가구가 해당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연간 60억 스위스프랑(약 11조원)을 거둬 건물 개보수, 재생에너지 개발, 대중교통 확충 등 경제의 생태적 전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캠페인 포스터에는 "부자에게 세금, 기후를 구하자""초부유층은 수십억을 상속받고, 우리는 위기를 상속받는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반대 측은 막대한 부유층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주할 수 있어 경제가 약화될 수 있으며, 가업 상속 가구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가지 안건 모두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AFP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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