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하천물 마시고 가족과 통화…'골든타임' 지체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보행자를 치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제때 신고나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20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전직 보건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일수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 금고 4년을 선고받은 퇴직 공무원 60대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 유지 판결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26일 오후 10시2분께 전남 화순군 화순읍 한 굴다리 주변 이면도로에서 자가용을 몰고 좌회전 도중 보행자 B(58)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직후 A씨는 현장 주변 하천에 내려가 여러 차례 손을 씻거나 물을 떠마시며 시간을 지체했다.
사고가 난 지 17분이 지난 오후 10시19분께에야 119에 신고를 했으나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지시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A씨는 지자체 보건소장까지 역임한 퇴직 공무원으로서 이른바 '골든타임' 내 응급처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위중한 B씨를 20분 넘게 방치했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사고 직후 A씨의 행동을 확인한 유족 측은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은 "구호 조치만 제때 했더라도 살 수 있었다"며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과 유기치사 혐의 적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들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만 재판을 넘겼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금고 3년을 구형했으나 1심은 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1심은 "바로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마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하천물을 마시는 등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로 인해 B씨의 후송이 늦어지면서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에 이르렀다"며 "유족이 엄벌을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은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정들을 충분히 참작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유족을 위해 2억원을 형사공탁했으나 여전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 양형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검사와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