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건민 인턴 기자 = 한국의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그 배경에는 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생계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유진 국민연금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OECD 평균인 13.6%를 크게 뛰어넘어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초고령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25.3%)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고령층이 계속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54.4%)였다. 이어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함 달래기'(4.0%)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오 연구원은 "근로 지속 이유 중 생활비 보탬이 가장 높은 비중인 점은 연금소득만으로 노후가 충분치 않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6만원으로,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은퇴 이후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법적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 사이의 '소득 크레바스(공백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올해 기준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평균 나이는 52.9세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61~1964년생의 경우 63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로 점차 늦춰지고 있어, 일을 그만둔 뒤 연금을 받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소득 없이 버텨야 한다.
오 연구원은 과거 해외 선행연구에서 '공적연금이 고령자의 근로를 줄이고 은퇴를 앞당긴다'고 본 것과 달리, 최근 국내 연구들은 '국민연금이 노동 공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연금 급여 수준이 낮아 연금 수급 여부가 은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3%로,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50년엔 40%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많은 고령층은 더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고령층의 근로 희망 연령은 73.4세였다.
보고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고령층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단순한 정년 연장 수준을 넘어 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riedm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