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자산 우크라 지원' 갈수록 난항…예치기관 "'몰수'일 가능성"

기사등록 2025/11/27 17:24:16 최종수정 2025/11/27 19:06:24

유로클리어 "對 유럽 투자 악화될 것"

벨기에도 반대 고수…내달 합의 난망

[프랑크푸르트(독일)=AP/뉴시스]유럽연합(EU)이 유럽 내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던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25.11.27.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유럽연합(EU)이 유럽 내 러시아 동결 자산 1400억 유로(237조2000억여원)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던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동결 자산을 미국 주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투입할 뜻을 밝힌 데다, 러시아 자산 대다수액이 예치된 금융기관까지 직접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26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예탁기관 유로클리어가 "(러시아 자산 대출 구상을) EU 밖에서는 '몰수'로 볼 수 있으며, 채권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유럽 투자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EU 집행위원회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발레리 어뱅 유로클리어 최고경영자(CEO)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러시아 자산 대출로) 나타날 위험 비용 상승은 모든 (EU) 회원국의 차입 비용을 높일 것이며, 투자자들은 이것을 '몰수'로 인식하고 법치주의가 훼손된다고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러시아 국외 자산 약 2092억 유로 중 약 1800억 유로는 벨기에에 예치돼 있다. 나머지 금액은 프랑스에 약 190억 유로, 룩셈부르크에 약 100억 유로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유로클리어는 '러시아 보복과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EU가 보상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이 유로클리어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재정적 위험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측과 협의해 구성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종전안에도 러시아 국외 자산 동결을 즉시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전안 초안 28개항 중 14항은 "러시아 동결 자산 중 1000억 달러는 미국 주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자하고, 미국은 수익의 50%를 확보한다. 나머지 동결 자산은 미-러 공동 투자기구에 투입한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1000억 달러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미국은 이 같은 문안이 최종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유럽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자산을 자국 필요에 따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만큼, EU가 이 자금을 계획대로 사용하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벨기에 정부 관계자도 종전안 초안에 대해 "이 자산이 (미국의) 평화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므로, 유로클리어에 예치된 자금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며 "우리 우려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U 집행위는 일단 러시아 자산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벨기에의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6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850억 유로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는 제안을 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배상 대출'은 EU가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 약속을 이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유락티브에 따르면 벨기에 측은 "법적·재정적 위험을 똑같이 공유하고 다른 EU 회원국 내에 보관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하지 않는 한 이 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달 23일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을 전제로 동결 자산 14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대출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EU는 12월19일 열리는 차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자산 대출 논쟁을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덴마크,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다수 회원국은 러시아 자산 활용 이외의 방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 국가도 벨기에 동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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