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2024 주요수술 통계연보' 분석
서울서 수술 받은 환자 44%는 타지역 살아
서울에 고난도 수술 인력·진료 역량 집중
전국 의사 28% 서울 집중…특수장비 몰려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이탈로 의료공백이 심화했던 가운데, 서울에서 수술 받은 환자 10명 중 4명은 다른 지역에서 '원정 수술'을 온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4년 주요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의료기관에서 수술 받은 사람은 총 45만3784명으로, 이 가운데 19만1640명(42.2%)은 다른 시도에서 거주하는 환자였다. 10명 중 4명은 '원정 수술'을 온 셈이다. 이들이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쓴 진료비는 1조3592억원에 달한다.
2023년과 비교하면 원정 환자 비중은 2.1%포인트(p) 줄었다. 전년도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수술 받은 환자는 46만8637명이었으며 이 중 20만7401명(44.3%)이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환자였다.
다만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서울 원정 수술 환자는 15만6857명에서 22.2% 증가했다. 다른 지역 수술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39.9%에서 42.2%로 2.3%p 늘었다.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하면서 의료시스템이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수술 받기 위해 '원정 수술'에 나선 환자는 여전히 많았던 셈이다.
서울 '원정 진료'도 여전했다. 건보공단의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서울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사람은 총 1503만3620명이었다. 이 중 41.5%에 달하는 623만4923명은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였다. 이들이 서울에서 사용한 진료비는 10조8055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원정 진료와 원정 수술이 늘어나는 이유는 서울에 고난도 수술 전문 인력과 진료 역량 등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의 '2024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실제 지난해 기준 전국 의사의 28.1%, 의료기관 24.1%가 서울에 집중됐다. 엑스선촬영 투시 장치, 콘빔 CT 등 방사선·특수 의료 장비도 서울에 22.4% 몰려있다.
정부는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의 진료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전액 부담하는 대신, 해당 의대생들은 졸업 후 최대 10년간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가 공공의료 대학을 설립한 후 입학생들의 등록금,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공공의대도 내년 설계 작업에 착수한다. 다만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모두 실제 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수도권 쏠림이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