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2.2% 하반기 1.5%…민간·소비설비·건설투자↑
세계 경제성장률도 올해보다 하락…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환율 등 한국경제 주요 리스크 예상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산업연구원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미국발 무역 갈등과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이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내수가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출은 올해보다 0.5% 포인트(p)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 기조와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부진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교역 부진 현상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수입은 환율과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세 속에서도 수출 둔화에 따른 중간재 수요 감소로 올해보다 0.3%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내년도 무역수지는 675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세계 경제와 관련해 미국발 통상 질서 변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고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변화 등이 내년도 한국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내년 상반기 2.2% 하반기 1.5%…민간·소비설비·건설투자↑
2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제시됐다. 상반기에 2.2%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하반기엔 1.5% 수준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민간 소비는 물가와 금리의 하향 안정화 속에 실질소득 및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있고 정부의 지원책 등 소비 여건 개선책과 맞물리면서 올해보다 1.7% 증가할 수 있지만 체감물가 변화, 가계부채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국미 기업들의 자본조달 여건 개선과 인공지능(AI) 관련 첨단산업 투자 수요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 등의 영향을 받아 올해보다는 소폭 하락한 1.9% 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건설자재 비용 안정화와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연간 2.7% 증가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벗어날 수 있다고 봤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누적, 주택 입주 물량 감소 등은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수출은 주요국의 경기 부양 기조와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의 일부완화, AI 반도체 수요 증가세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0.5%)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대미국 수출 부진이 지속될 수 있지만 아세안, 유럽연합(EU) 등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대미 수출 감소세를 보완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수입은 환율과 국제유가 하향 안정화 속에서도 중간재 수요 감소로 인해 올해보다 0.3%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내년도 무역수지는 67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올해보다 흑자 규모는 소폭 축소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올해보다 하락…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세계 경제와 관련해 미국발 통상 질서 변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지만 올해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기업들의 관세 부담에 따른 고용억제 등 불확실성이 높지만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로 인해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고 중국은 시진핑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이 성장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은 다카이치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가 예상되는 만큼 완만한 성장 흐름을 예상했고 유로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주요국 경기의 더딘 회복 흐름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58달러 내외로 올해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점쳤다. 국제유가는 올해 산유국들의 증산과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요 둔화로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다만 미국 정부의 러시아 석유기업 제재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점과 미국 정상회담, 미·인도 무역 합의 등은 글로벌 수요 회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하락세가 제한될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환율은 연평균 1390원 내외를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내년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 둔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방향,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 속도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상반기 평균은 1400.8원(-1.8%), 하반기 1382.5원(-1.7%) 등으로 연평균 1391.7원(-1.8%) 내외를 예상했다.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환율 등 한국경제 주요 리스크 예상
산업연구원은 내년도 대외 리스크 및 국내 경제 영향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지난 7월29일부터 8월22일까지 국내 경제·산업 전문가 1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대외리스크 인식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변화 ▲환율 변동성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 ▲물가 불안정 ▲지정학적 대립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등이 내년도 한국 경제에 대한 주요 리스크로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변화는 발생가능성과 부정적 영향력 부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린 키워드다. 통상전문가들은 글로벌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관세 인상, 공급망 재편, 전략적 동맹 강화 등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한국경제의 수출 및 무역구조에 직접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고 예상했다. 환율변동성,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도 발생 가능성과 부정적 영향력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통상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경제 리스크 요인에 노출 위험도가 높은 상황임을 고려해 물가·환율·금융시장 안정성 등 거시경제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민·관이 공통의 위기 인식을 기반으로 선제적·체계적 대응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