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일요일도 출근' 통화 등 근거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발병 전 12주간 주당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더라도 조기 출근하거나 야근, 공휴일 출근 등 업무 부담 가중이 반복됐다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최근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60대 A씨는 2020년부터 의류 가공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단추 위치 표시, 실밥 따기, 가격택 달기, 포장하기 등 완성반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2023년 6월 오전 6시30분경 출근해 근무하던 중 팔다리 마비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로 이송됐고, 약 한 달간 치료를 받았으나 뇌내출혈로 사망했다.
A씨의 자녀들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3월 '상병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공단은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 60시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 64시간 이상, 발병 전 12주간 주당 52시간 초과 등 평가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도 공단과 같이 판단하면서 A씨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주 6일을 근무하며 공휴일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조기출근과 야근을 반복했다며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고 주장했다.
법원은 상병이 발생하기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한다고 봐야 한다며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설령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고려하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망인은 주 6일을 근무했을 뿐 아니라 수시로 8시 30분 이전에 조기출근을 하거나 평일 19시 또는 토요일 17시 이후인 21시경까지 야근을 반복하며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판단했다.
A씨가 배우자 등과 통화하며 '바빠서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 '6시 또는 7시 전후로 매번 출근한다'고 말한 점, 회사 직원인 부장과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휴일인 석가탄신일 등에도 통화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
아울러 A씨가 사망 전 뇌혈관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 없고 다른 기저질환도 없었으므로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상병 발생에 기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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