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독했던 남자가 건네는 위로…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기사등록 2025/11/23 11:01:00

'세 번째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의 삶 다룬 창작 뮤지컬

세계인의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빛나는 인생 여정 다뤄

유준상·정문성·고훈정·고상호, 1인극 무대 홀로 채워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 (컴퍼니연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지금쯤 닐이 출입문을 열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고 있겠지. 전 인류의 5분의 1이 텔레비전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거고. 나는 여기 달까지 왔는데도,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보지 못하고 있어."

여기 '아담 이래 가장 고독한 남자'가 있다.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 뒤편에 남겨진 단 한 사람, 마이클 콜린스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1969년 7월 20일 달 착륙에 성공하며 역사에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그러나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까지 향했던 콜린스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지난 11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세 번째 우주인' 콜린스의 삶을 다룬다.

어린 시절부터 달을 보며 꿈을 키운 콜린스는 고된 훈련과 동료 에드를 사고로 잃는 아픔에도 우주에 가겠다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아폴로 11호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달까지 갔다가 내리지도 못하고 달 주위만 뱅뱅 돌다 오는 비운의 주인공"인 사령선 조종사. 실망할 법하지만, 콜린스의 선택은 달랐다. 기꺼이 임무를 받아들이고 동료들을 무사히 지구로 데려오겠다 다짐한다. 그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드러나는 순간이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 (컴퍼니연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주에서 보여주는 콜린스의 태도는 더욱 인상적이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내리고, 홀로 달의 뒤편으로 향한 그는 침울해하기보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며 미소 짓는다. 그렇게 고요 속의 순간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남긴다.

지구와 교신이 끊긴 절대적 고독의 순간, 텅 빈 무대 뒤 스크린 영상을 통해 콜린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가 느낀 고요와 불안을 더 진하게 느끼게 한다.

이때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서도 "내 발자국이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에 가자 어두운 뒷모습은 내가 기억할 테니"라고 노래하는 콜린스를 보고 있으면, 화려한 자리보다 '내가 서 있는 곳'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깊이 다가온다.

지구로 돌아온 세 사람의 인생이 크게 갈라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암스트롱은 과도한 관심 속에 달에서 느낀 고요함을 그리워하고, 올드린은 '두 번째 우주인'으로 불리는 것에 불평하며 달의 반짝임을 다시 원한다.

홀로 달의 뒤편을 봤던 콜린스만이 "달에서 느꼈던 반짝임을 지구에서도 느낄 수 있다"며 담담히 일상을 살아간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또 다른 빛을 만들어낸 콜린스의 삶은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1인극 형식으로 풀어낸 '비하인드 더 문'에는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서는 유준상과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출연한다. 이들은 콜린스와 함께 그의 주변 인물 암스트롱, 올드린 등을 모두 연기한다.

무대 전면을 활용한 LED 영상과 조명은 밤하늘과 우주, 사령선 내부까지 펼쳐내며 작은 무대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공연은 내년 2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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