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나는 '美 반도체 3X ETF'…개미들 비명

기사등록 2025/11/21 11:53:19 최종수정 2025/11/21 13:42:24

한달 새 순매수 규모 20배 불어

가격은 롤러코스터…하루 새 14% 급락

꺼지지 않는 'AI 거품론'…출렁이는 반도체·빅테크株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하루 새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미국 반도체 증시에 서학개미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이달만 1조3000억원의 서학개미 자금이 몰리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주식은 미국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SOXL) ETF다.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4600만달러(한화 약 677억원)에서 이달(3~20일) 9억2000만달러(약 1조3543억만원)로 급증했다. 불과 한달 만에 20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가격 움직임은 투자 열기와 반대 방향이다. SOXL 가격은 간밤에만 14.32% 하락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초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이달 12% 하락하는 동안 SOXL 가격은 47.78달러에서 30.81달러로 36% 급락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관련주 거품 우려 속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장 초반만 해도 AI 칩 대장주 엔비디아의 역대 최대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를 자극했지만 오후 들어 매수세가 힘을 잃으며 결국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 완판은 여전히 강한 AI 수요를 입증하며 AI 버블 우려를 잠재우는 듯했지만 전날 주가는 상승폭보다 더 크게 3.15% 하락했다. 또 마이크론(-10.87%),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주요 반도체·AI 종목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AI 거품론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서학개미의 기술주 쏠림은 심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에는 SOXL에 이어 ▲엔비디아(6억달러) ▲메타(5억4700만달러) ▲알파벳(2억8000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메타 불 2X(DIREXION DAILY META BULL 2X SHS·METU)(2억6000만달러)가 이름을 올렸다.

METU는 메타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변동성이 큰 개별 종목에 다시 레버리지를 얹은 고위험 상품임에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10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된 매파적 발언으로 글로벌 증시는 정체 흐름이 진행중"이라며 "여기에 AI 버블론, 마이클 버리의 공매도 리포트, 주요 기관투자자의 엔비디아 매도 소식 등 악재가 겹치며 AI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경계감이 확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통해 전방위적인 AI 수요가 재차 확인됐다"면서도 "반대로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 문제는 여전하다. AI 과열 경쟁 국면에서 빅테크의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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