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총장·유럽주둔군 사령관 등 트럼프 취임 후 미군 최고위층
佛 외무 “우크라, 어떤 형태 항복도 원하지 않아” 종전안 반발
루비오 국무 “평화 위해 양측이 어렵지만 필요한 양보에 동의해야”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담은 종전안을 마련했다는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미군 고위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 등은 20일 오전(현지 시각)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와 만났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지난달 24~26일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를 미국으로 초청해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논의했다.
28개항으로 알려진 초안에는 러시아 측 기존 요구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 양도 외에 우크라이나군 전력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특정 유형의 공격 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 공식 국가언어로 지정하고,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러시아 정교회(모스크바 총대교구청) 산하 공식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 등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공식적으로 이 계획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려면 양측이 어렵지만 필요한 양보에 동의해야 한다”고 올렸다.
그는 “미국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잠재적 아이디어 목록을 개발하기 위해 양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20일 미국과 접촉을 했지만 협의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드리스콜 육군장관 일행에는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 크리스 도나휴 유럽 주둔 미군 최고사령관 등이 포함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가장 최고위층 군 인사들이라고 BBC는 전했다.
위트코프-드미트리예프의 28개 항목 계획 종전안 초안 세부 사항은 두 사람이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3일간 회의를 한 지 3주가 넘은 후에야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영토 양보를 거듭해서 배제했다.
이번 초안 작성 과정에 유럽이나 우크라이나 당국자 중 누구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외교정책 책임자인 카야 칼라스는 20일 “어떤 계획이든 성공하려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인 장노엘 바로는 “우크라이나는 어떤 형태의 항복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비리덴코 총리는 “미국 행정부 대표들이 현장 상황을 평가하고 러시아의 침략에 따른 결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안이 보도된 날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서부 도시 테르노필의 아파트 단지에 대한 러시아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장에서 22명이 실종되었다고 밝혔다.
BBC는 확인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보도에 따르면 테르노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당시 튀르키예 앙카라에 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와 회담을 계획했지만 취소됐다고 전했다.
앞서 19일 늦게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드리스콜 육군장관은 종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육군 대변인 데이비드 버틀러 대령은 “드리스콜 장관팀은 행정부를 대표해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만나 전쟁 종식 노력을 논의하기 위한 사실 조사 임무를 위해 왔다”고만 밝혔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CBS방송에 이번 방문은 현장의 군사 상황과 가능한 휴전 계획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드리스콜 장관과 만난 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데니스 슈미할은 X에 “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체결한 역사적인 방위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다음 단계에 집중했다”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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