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하얗게 샌 머리·수척한 모습 입정
체포명단 적힌 '홍장원 메모' 또 도마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탄핵심판 과정에서부터 작심 발언을 쏟아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체포 대상 명단이 적힌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증거 신빙성이 최대 화두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0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1심 속행공판을 열었다.
남색 정장을 착용한 윤 전 대통령은 하얗게 샌 머리에 수척한 모습으로 입정한 뒤 재판장을 향해 목례를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홍 전 차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지난 기일엔 홍 전 자창에 대한 특검팀의 주신문만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일 체포 대상 명단이 적힌 '홍장원 메모'의 증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3차 메모 작성은 증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명단이 있는지 궁금해서 보좌관에게 '너가 기억력 좋으니까 기억에 의존해 재작성해보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네"라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가필할 때 이름과 명단이 동일한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동일하다'고 했는데 특검 주신문에서 증인이 양정철, 조해주 이름을 추가한 것은 검찰 조사 이후 언론을 보고 생각났었다고 증언했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다른 게 아니라 추가된 것이고, 그전까지만 해도 명단에 있는 사람이 12명이었다"며 "언론에서 기억 못하던 것 중에 갑자기 말하면 연상 작용으로 기억나는 게 있는데 나도 그렇게 기억이 났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 제출한 메모가 1차로 작성된 메모(흰색 종이)가 아니라 노란 포스트잇에 작성된 메모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변호인단이 "증인이 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은 포스트잇에 기재된 메모를 제출했느냐. 노란 포스트잇?"이라고 묻자, 홍 전 차장은 "폐기한 자료니까 1차 메모가 없다. (노란 포스트잇은) 인터넷 그래픽 다운받아서 1차 메모를 예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3차 메모의 작성자인 보좌관의 진술이 없어 신뢰성이 없는 메모라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증거기록에는 증인의 지시에 따라 3차 메모를 작성했다는 보좌관 진술이 전혀 없다"며 "3차 메모 작성에 관여한 보좌관이 특검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 들어봤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모른다"고 짧게 답했다.
이 메모는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체포해야 할 대상을 듣고 흰색 종이에 1차로 메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기일 1차 메모에 적힌 글씨에 대해 '지렁이 글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차 메모는 홍 전 차장의 지시로 보좌관이 1차 메모를 토대로 작성했으며 현재 폐기됐다.
문제가 된 3차 메모는 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오후 4시경 보과관이 기억에 의존해 2차 메모를 다시 파란색 두꺼운 펜으로 작성했으며, 홍 전 차장이 검은색 얇은 펜으로 가필한 것이다.
메모에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딴지일보, 권순일, 정청래, 헌법재판관, 대법관, 선관위원장, 김명수, 김민우 민주노총위원장, 권순일, 박찬대, 김어준, 조국 등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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