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먹는 비만약 등장 임박
국내 기업도 개발 중…"환자 친화적"
일동·D&D·종근당·셀트리온 개발 중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비만 치료 주사제의 열풍 속에서 보다 편리한 경구용(먹는) 치료제 개발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각광받는 'GLP-1 기반'의 첫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올해 승인을 받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의 1일 1회 복용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심사 중이며, 연내 허가 여부가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는 먹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은 같은 회사의 '리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가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된 상태다.
먹는 GLP-1은 스스로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를 꺼려했던 이들에게 편리한 이점을 준다. 이미 달성한 체중 감량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온라인간담회에서 "(주사제) 위고비 시대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먹는 경구용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기존 비만치료제의 가장 큰 부작용이 근육 감소 현상인데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며 경구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셀트리온은 비만치료제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2~3중 작용제를 넘어, 4중 타깃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델로 개발할 예정이다.
4중 작용제 방식으로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CT-G32'는 이전 세대 치료제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개인 편차에 따른 치료 효과 ▲근손실 부작용 등이 개선될 것이라고 셀트리온은 말했다. 지방분해 촉진 효과와 체중 감소율도 최대 25%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 회장은 "4중 작용제는 비반응률을 5% 미만으로 낮출 수 있고, 체중 감소율도 약 2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 제품 대비 효능 우수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중 성공 확률이 높은 선도물질에 대해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비만·당뇨를 겨냥한 GLP-1 'ID110521156'를 개발 중이다.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 약물로, 기존의 펩타이드 소재 주사제에 비해 제조 효율성이 높아 대량생산에 용이하다. 18시간 이상 혈중 유효 농도를 유지하는 특성을 지녀 1일 1회, 장기간 투약 가능한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달 마무리된 임상 1상에서 4주 동안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기존 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위장관 장애, 간독성 문제 등 측면에서 중대한 이상 반응 사례 없이 안전성을 보인 바 있다.
디앤디파마텍도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 공개한 전임상 결과 먹는 GLP-1·GIP 이중작용제 'MET-GGo'의 반감기는 약 101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GLP-1 계열 중 가장 긴 인체 반감기(15일 이상)를 보이며 월 1회 제형으로 개발 중인 멧세라의 MET-097i 전임상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디앤디파마텍은 말했다.
긴 반감기를 통해 혈중 약물 농도를 장시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효능 유지에 필요한 투여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오심, 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완화할 수 있는 등 유리한 특성으로 평가했다.
또 전임상 비만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28일간 실시한 효능 평가에서, MET-GGo는 29.1%의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종근당은 먹는 GLP-1 물질 'CKD-514'를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비만학회에서 발표된 비임상 연구 결과, CKD-514는 용해도 개선을 통한 구조적 이점을 바탕으로 대동물 모델에서 우수한 경구 생체이용률(Dog BA)을 보였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 대비 적은 용량에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와 동일 용량 대비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CKD-514의 후속 화합물군 역시 오포글리프론과 세마글루타이드와의 비교 시험에서 두 약물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대사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비만약 개발사가 늘면서 차별화된 포인트로 접근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비만 신약들의 효능 데이터가 우수하므로 후발기업도 그에 버금가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차별화 시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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