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전 영국 총리처럼" 핸드백 든 다카이치 일본 총리

기사등록 2025/11/19 10:21:50 최종수정 2025/11/20 06:02:15

남자든 여자든 지도자 중 가방 든 사람 드물지만

대처 애용하던 핸드백 긍정적 평가 끌어낸 상징

다카이치 핸드백도 "일하고 또 일한다" 공약 강조

[서울=뉴시스]토트백을 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재팬 데일리 페이스북) 2025.11.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각국 지도자들이 공식 석상에 가방을 들고 등장하는 모습은 매우 드물다. 남성 지도자들은 물론 여성 지도자들도 그렇다.

이런 관행을 깬 각국 지도자들 가운데 대표적 인사가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였다. 두 번째 여성 지도자는? 바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방을 애착하는 행위를 가리켜 “핸드배깅(handbagging)”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게 할 정도로 대처는 커다란 로더 런던 브랜드 가방을 애착했다.

여성 지도자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에 대처는 항상 가방을 들고다님으로써 “정돈되고 단정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가방을 가진 조직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대처는 자신의 가방을 정부에서 유일하게 “새지 않는” 곳이라고 불렀다. 대처의 개인비서는 “극도로 비밀스럽거나 귀중한 것은 모두 핸드백에 넣었다. 대처가 절대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처의 가방은 효과적인 상징이 됐으며 2011년 대처가 한때 사용했던 에스프리 가방은 자선 경매에서 3만9800 달러(약 5823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마가렛 대처 센터는 대처가 퇴임할 즈음 그의 가방들이 “대처의 굳건한 권위를 드러내는 강력한 상징이 됐다”고 밝힌다.

다카이치 총리가 든 검정색 토트백은 대처 이후 가장 주목받는 “정치적 핸드백”이다.

공식 명칭은 그레이스 딜라이트 토트지만 일명 사나에 토트라고 불린다. A4 파일이 들어갈 정도로 큰 가죽 가방이다.

위쪽에 깔끔한 은색 잠금장치가 있고, 어깨에 멜 수도 있고 팔 안쪽에 끼울 수도 있는, 긴 손잡이가 달린 단순한 직사각형 형태다. 1880년 설립된 일본의 “가죽 공예” 회사 하마노의 제품이다.

아홉 가지 색상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13만6400엔(약 128만 원)이다.

대처 이후 다카이치 이전까지, 가방을 들고 다닌 저명한 여성 정치인은 볼 수 없었다. 이탈리아 최초 여성 총리 조르자 멜로니도,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클라우디아 세인바움도, 미국 최초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도 들지 않았고 독일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도 마찬가지였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무장관,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도 그랬다.

이유는 단순했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서류가방을 들지 않는데 여성은 왜 들어야 하는가?

가방을 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짐을 대신 들어준다는 인상을 준다. 해리스의 스타일리스트였던 칼라 웰치는 “모두 가방이 있다. 단지 보좌관이 대신 들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상류층 모임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나타나면 권력의 기호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조롱당하기 십상이다. 상류층이라면 직접 많은 짐을 나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인물일수록 가방 크기가 작아진다.

다카이치 총리가 그런 공식을 깨고 있다.

보그 재팬의 가메오카 에미 패션 디렉터는 다카이치의 가방이 “일하고 또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선거 캠페인 공약을 강조한다고 평했다. 전문성을 지닌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파일과 태블릿을 모두 넣을 수 있는 다카이치의 가방은 실용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하마노가 주로 황실에 제품을 납품해 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아한 일본 전통 요소도 지닌다.

다카이치의 가방은 이미 “전국적 열풍”과 “입소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판매가 급증했다.

하마노 웹사이트에 따르면, 블랙 그레이스 딜라이트 토트의 재고가 소진됐고 지금 주문하면 열 달 뒤에나 받을 수 있다.

다카이치는 대처가 애용하던 파란색 셔츠와 진주 목걸이도 애용한다. 다카이치의 가방이 대처의 가방 만큼이나 강력한 여성 정치인을 상징하게 될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이미 다카이치의 스타일을 규정하는 상징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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