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비중 낮고 구조적 비용 높아 전체 식비 영향 미미
전문가 "심리적 기준선 남아 가격 하락 폭 크지 않을 것"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소비자들의 식품 물가 부담을 낮추겠다며 200개 이상 품목의 관세를 면제했지만, 실제 체감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7일(현지 시간) BBC는 이번에 관세가 사라진 품목들에 한해선 빠른 가격 인하가 가능하겠지만, 전체 가계 식비 부담을 뚜렷하게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4개국에서 수입되는 커피·향신료·바나나 등 미국 내 생산이 거의 없거나 전무한 일부 품목의 관세를 철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생활비 부담이 백악관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 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물가·생활비 문제 대응에 초점을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예일대 버짓랩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식료품 가격을 약 1.9% 추가 상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식료품 물가가 2013~2021년 동안 연평균 2% 상승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상승폭이다.
그러나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은 신선 과일·해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전체 식품·음료 소비에서 수입품 비중은 20% 미만에 그친다. 여기에 미국 최대 식품 공급국인 멕시코산 물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애초부터 관세 대상이 아니었다.
터프츠대 식품경제학자 션 캐시 교수는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 하락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식료품 전체 평균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여전히 통조림 제조에 필요한 알루미늄 등 원자재 관세 부담을 안고 있으며, 와인·치즈·팜오일 등 주요 제품은 이번 면제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최근 식품 가격 상승에는 관세 외에도 노동비용 증가, 가뭄으로 인한 커피·소고기 공급 차질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캐나다 달하우지대 농식품분석연구소의 실뱅 샤를르부아 소장은 장기간 높아진 가격 수준이 앞으로도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조수(tide)에 비유했다.
그는 "조수가 들어올 때 부두에 남긴 물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관세가 사라져도 그 '심리적 기준선'은 남고, 산업은 그 기준선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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