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해머' 공연
관객과의 경계 넘나들며 파격·충격의 연속
자아도취적 사회의 단면을 거울처럼 비춰
1막은 이타적 세계, 2막은 경쟁 사회 은유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 장면은 알렉산더 에크만(41)이 '해머'에서 제시하는 '자아의 과잉'이라는 주제를 집약한다.
스웨덴 출신 안무가 에크만의 최신작 '해머'를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14~1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선보였다.
2022년 예테보리에서 초연한 '해머'의 1막은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30여명의 무용수들이 군무와 솔로를 오가며 한폭의 그림을 그리듯 펼쳐낸다.
무대에는 같은 옷을 입은 무용수가 단 한명도 없고, 서로 껴안거나 돕는 장면이 반복된다. 에크만은 "개성과 이타심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상정했다"고 설명한다.
1막의 말미,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장면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시대'에 대한 은유다. 관객에게 말을 건네지만 실은 '찍히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설정은 SNS 홍수시대의 자아를 빗댄다.
인터미션(중간 휴식)엔 구름 모양의 탈을 쓰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든 무용수들이 로비에 등장한다. 에크만은 "구름은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스크롤할때 우리 머릿속에 나타나는 모습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막은 1막과는 대조적으로 전원이 검은 옷을 입고 공격적인 동작을 주고 받는다.
"넌 내가 누군지 알아?" "퍽 유(Fuck you)" "우리는 달라!" 등 욕설이 섞인 대사와 삿대질, 야유가 이어지며 개성을 지우고 경쟁만 남은 사회를 상징한다.
이어지는 '토크쇼' 장면에서는 과장된 박수, 같은 스타일의 의상, 과도한 웃음만 허용되는 무대가 등장한다. 에크만 특유의 '과잉된 이미지의 반복'이 극대화되는 구간이다.
무용수들이 벽돌을 쌓아 올렸다가 이내 이를 끌어안고 무너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에크만은 "집을 짓고 학위를 따는 등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또 지어 나간다. 그 와중에 말다툼이 일어나고 또 이것이 전쟁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모습을 구현해봤다"고 했다.
이후 고양이 탈을 쓴 무용수가 홀로 등장하며 공연은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이는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관객들이)야유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에크만의 의도된 연출이다.
시각적 충격과 장면 전환의 높은 밀도로 눈을 뗄수 없게 만든 '해머'는 작품명이 안고 있는 의미만큼 강렬하다. 그러나 결말부의 상징이 과도하게 분산돼 '산만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에크만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관객이 야유한다면 그것 또한 예술적 성장의 일부"라고 했으나, 의도된 파격이 공감으로 작동할지는 논쟁적이다.
'해머'는 서울 LG아트센터에 이어 21~2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