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사노조, 수능 감독 관련 긴급 실태조사
4개 교시 이상 감독 교사 13.6%…"체력 희생"
수험생 민원·타종 및 방송으로 인한 돌발상황 有
"감독 시수·수당 수준·강제 차출 등 개선돼야"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감독관으로 들어간 교사 10명 중 8명은 3개 교시 이상 감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7~19만원 수준의 수능 감독 수당을 받으며 당일 4~5시간 이상 앉지 못한 채 수험생 민원 등 돌발 상황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이 수능 당일(13일)부터 나흘간 교사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2%(503명)가 3개 교시 이상 감독을 수행했다. 4개 교시 이상 감독한 교사는 13.6%(90명)였다.
중등교사노조는 "수능 운영의 중추가 교사의 '체력 희생'에 기반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감독 중 어지럼증·실신·구토·편두통·공황 증상을 겪었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교사의 42.1%(278명)는 감독 중 시험장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돌발 상황 유형별로 살펴보면 입실 시간, 화장실, 교실 환경문제 등 수험생 민원이 45.3%(126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음질 불량, 방송 지연 등 타종 또는 방송으로 인한 긴급 상황은 13.3%(37명)였다.
중등교사노조는 "올해는 평가원에서 제공한 컴퓨터용 사인펜·OMR 카드 불량 문제가 유난히 심각했다"며 "이러한 돌발 상황에서 실시간 판단과 책임은 모두 감독관의 몫"이라고 밝혔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수능 감독 수당이 턱없이 적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등교사노조에 따르면 수능 감독 수당은 17~19만원 수준(책임자급 제외)이다. 사전 교육 등을 위해 전날 예비 소집도 가지만 이에 대한 수당은 따로 없다.
현장 교사들은 수능 감독 수당에 비해 육체적·정신적 업무 강도가 높다며 '안 하고 안 받고 싶다'는 분위기다. 올해 수능 부감독으로 근무한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능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에 안 가고 안 받는 게 더 낫다"며 "주변 선생님들도 다 가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황지혜 중등교사노조 사무처장은 "대부분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게 수당을 현실적으로 높여주면 아무리 힘들어도 하려는 사람은 있다는 것"이라며 "수당이 너무 비현실적이니 누가 자기 병나면서까지, 심리적으로 부담되는 걸 견디면서까지 하겠느냐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교사들은 감독 시수, 수당 수준 등 전반적인 근무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응답한 교사들은 "인당 3~4교시, 6시간 이상 감독하고 2·3·4교시 연속 배치 등으로 화장실 이용과 식사 및 휴식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1인당 최대 2교시, 2시간 이내 감독'을 원칙으로 하고 연속 감독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 수당·보상에 관해서는 "전날 연수와 고사장 준비, 당일 노동 시간을 합치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수당을 2배 이상 인상하고, 전날 연수·고사장 설치·정리까지 모두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중등교사노조는 강제 차출, 감독 환경, 민원 소송·책임 구조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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