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쌀생산량 353.9만t…80년대比 40% 이상↓
쌀 소비 감소가 원인…쌀 대신 빵·면·즉석식품
정부, 쌀 과잉공급에 '적정 생산' 체계 구축
벼 재배면적, 67.8만㏊…2003년 대비 37.4%↓
하지만 이 오래된 상징이 점점 현재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쌀을 덜 먹고 있고, 소비 감소가 논 면적 및 쌀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5년 쌀 재배면적 및 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t으로 지난해보다 1.3%(4만5000t) 줄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인데요, 이런 생산량 하락세는 비단 근래의 현상이 아닙니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구조적 하락입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엔 매년 500만~600만t의 쌀을 생산했고, 1988년에는 605만t으로 정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2000년대에 400만t대로 내려왔고, 2020년대에는 350만t대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쌀 생산량은 1980년대 후반 대비 거의 40% 넘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최근 10년만 봐도 2015년 생산량은 432만여t이었으나, 올해는 353만t 수준으로 약 18%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해당 기간 2021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습니다.
생산 감소의 근본 원인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1년 88.9㎏에서 올해 55.8㎏으로 줄었습니다. 20여년 만에 약 33㎏(-37%) 감소한 것입니다.
특히 2001년부터 2024년까지 단 한 해도 늘어난 적이 없고, 매년 소폭이든 대폭이든 꾸준히 감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식습관 변화 이상의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쌀 대신 빵·면·즉석식품을 찾는 비중이 늘면서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원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1인 가구와 고령 가구가 증가해 '밥상 규모'가 작아진 데다, 외식과 배달음식 중심의 소비 패턴도 쌀 소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탄수화물·고단백 선호 등 건강·다이어트 트렌드 변화까지 겹치면서 쌀의 소비 기반이 약화됐습니다. 여기에 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쌀 소비는 더 이상 과거처럼 회복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쌀 공급량 대비 소비량이 줄어드니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요동치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소비 감소 속에서도 생산이 유지되던 시기에는 과잉 공급으로 쌀값이 급락해 정부가 시장격리를 실시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반대로 기상 악화로 생산이 일시적으로 줄면 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수급 구조가 되풀이된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수요에 맞춘 '적정 생산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쌀 시장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쌀 대신 밀·콩·조사료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본격화했습니다.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수요에 맞춰 생산 기반 자체를 재조정하는 ‘구조 개편'에 나선 것입니다.
대표적인 정책엔 전략작물직불제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이 있습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쌀 과잉생산 해소를 위해 정부가 2023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논에 콩·밀·조사료 등을 심을 경우 추가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2018년부터 운영돼온 정책으로,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원해 재배면적을 줄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같은 정책들로 인해 재배면적은 지난 20여 년새 ⅓ 넘게 줄었습니다. 실제 올해 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67만8000㏊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03년 108만3000㏊였던 것과 비교하면 37.4%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처럼 벼 재배를 줄이고 있음에도 다행스럽게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0a(아르: 100㎡)당 생산량은 전년(514㎏)보다 1.7% 증가한 522㎏인데요, 이는 2001년 516㎏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품종 개량, 병해충 관리 기술 고도화, 기계화·스마트농업 도입 등이 확대되면서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당 수확량은 과거보다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높아진 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쌀 생산 기반이 양보다 '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쌀의 상징성은 여전히 크지만, 현실의 소비·생산 구조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쌀 소비 감소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입니다. 그 속에서 가격 안정·생산 기반·식량안보라는 세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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