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SK증권 '마유크림' 손배소 파기…"배상액 다시 심리"

기사등록 2025/11/16 09:00:00

투자사 "정확한 투자 정보 제공하지 않아 손실" 소송전

1심 원고 패소 판결…2심 "주의 의무 위반" 판단 뒤집어

대법, 주의 의무 위반은 인정…"회수금액 다시 살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추진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전국 일선 판사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5일 온·오프라인으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대법관 수 증원안과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안에 관해 논의한다. 사진은 이날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25.09.2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대법원이 SK증권의 '마유크림' 투자 손실과 관련 손해배상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SK증권이 사모펀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경영상 리스크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배상액 산정 부분에 잘못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최근 다올저축은행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5년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마유크림 제조사 비앤비코리아의 경영권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마유크림은 말기름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인데, 당시 중국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사모펀드를 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금을 바탕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이들은 비앤비코리아가 마유크림을 개발한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이며, 화장품 레시피권을 갖고 있어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 다올저축은행 등 4곳이 사모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비앤비코리아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비앤비코리아의 주요 고객사가 화장품 레시피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공장을 설립해 자체 생산에 나섰고,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식으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다올저축은행은 비앤비코리아가 ODM이 아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였으며, 주요 고객사의 이탈에 대해 안내하지 않는 등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며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 20억원을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투자자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주요 고객사가 국내에 생산공장을 신축했다는 기사가 났을 당시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 해당 사안을 면밀히 조사에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 측이 주의 의무를 위반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배상액의 기준이 된 회수가능금액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사모펀드 및 SPC의 순자산가치가 0원으로 평가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지분과 관련해 회수가능금액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이 사건 회사의 주식 가치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사모펀드는 존속기간 만료로 해산등기가 마쳐졌으므로 이후에는 청산의 목적 범위 내에서 존속하게 된다"며 "사모펀드의 청산절차가 종결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반면, 해산등기일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사모사채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이자 지급의 유예를 요청하는 등 사업을 계속 영위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사모펀드의 청산절차의 진행 상황과 이 사건 회사의 주식 가치 등을 고려해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있는지를 심리해 원고의 손해발생 시점과 손해액을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에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및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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