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프랑스의 한 폐쇄된 수족관에서 범고래 두 마리가 오랫동안 방치된 채 살아가는 모습이 드론에 포착돼 전세계 동물보호단체의 분노를 사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남부 안티베에 위치한 수족관 '마린랜드(Marineland)'에서 범고래 두 마리가 고립된 채 생활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을 촬영한 미국 사진가 셉 롤레스는 "범고래가 미동 없이 둥둥 떠있어 죽은 줄 알았다"며 "드론을 발견한 두 범고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움직이기 시작한 범고래의 모습이 마치 사람들을 위해 공연하는 듯해 가슴 아팠다"라고 했다.
드론 영상에는 탁한 수조 안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두 범고래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각각 23살의 '위키(Wikie)'와 11살의 '게이조(Keijo)'로, 모두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경험하지 못했다.
동물보호단체 타이드브레이커스 공동 창립자 마르케타 슈스터로바는 "두 범고래 모두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수조 오염과 관리 부실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린랜드는 2021년 프랑스가 고래쇼를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 뒤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올해 1월 문을 닫았다. 하지만 폐쇄 이후에도 범고래 두 마리와 청백돌고래 12마리는 그대로 수조 안에 남겨졌다. 현재 수조는 해조류와 진흙이 쌓인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일본, 캐나다의 해양 생츄어리 측이 이주를 제안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적절한 이전 장소를 아직 찾지 못했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슈스터로바는 "이제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마린랜드의 붕괴된 수조와 오염된 물은 이 고래들에게 매일이 생존 싸움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