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작가' 김형석 "나라다운 나라는 정신적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

기사등록 2025/11/12 15:17:12 최종수정 2025/11/12 15:26:57

지난해 '세계 최고령 저자' 기네스북 올라…올해 106세

신간 '김형석, 백년의 유산' 펴내…인간 가치·윤리 짚어

"사람은 인격만큼 존중 받아…경쟁하되 이기주의 경계"

"AI는 인문학에선 도구일 뿐…AI에 복종할 필요 없어"

"정신적 건강 중요…독서하고 남 욕하지 않아야 건강"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기네스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106세)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년 김 교수는 저서 '백 년의 지혜'로 기네스 '세계 최고령 저자'로 인증되었다. 2025.11.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나라다운 나라는 정신적 가치와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군사정권이든 독재정권이든, 공산주의 이념이 지배하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가 아닙니다. 법치국가,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106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신간 '김형석, 백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의 정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어른이 젊은 세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나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제자를 키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

그는 이번 책에서도 "지금은 나를 위한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그래도 더 큰 희망은 남아 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수많은 후배, 제자들을 향한 희망이다"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이날 '인간다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은 인격만큼 존경받습니다.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위보다 얼마나 인격이 있느 냐에 따라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하며, 사회는 항상 경쟁하되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나보다 앞선 사람에게 박수칠 줄 알고, 나보다 못한 사람은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106세)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년 김 교수는 저서 '백 년의 지혜'로 기네스 '세계 최고령 저자'로 인증되었다. 2025.11.12. pak7130@newsis.com

한 세기를 건너와 인공지능(AI)시대를 마주한 김 교수는 AI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하나의 물음에 하나의 답을 찾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여러 답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AI는 인문학에선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AI를 이용할 수는 있어도 복종할 필요는 없어요. 악한 AI를 경계하고, 인간이 (AI의) 주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은) 양심에 비춰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김형석, 백년의 지혜'로 기네스북 '세계 최고령 저자'에 올랐다. 기록 등재는 외손녀의 제안으로 추진됐으며, 기네스 측은 원고 승인일인 2024년 3월13일을 기준으로 기록을 확정했다.

이번 신간 '김형석, 백년의 유산'은 그로부터 1년 만의 작품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랑과 정의, 배려와 감사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할 가치와 최소한의 윤리를 말한다.

김 교수는 건강 비결에 대해서는 "정신적 건강이 중요하다"면서 "정신적 건강은 늙지 않는다. 독서하는 사람이 오래 살고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또 남을 욕하지 않고,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기네스 ‘세계 최고령 저자’ 김형석(106세) 연세대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년 김 교수는 저서 '백 년의 지혜'로 기네스 '세계 최고령 저자'로 인증되었다. 2025.11.12. pak7130@newsis.com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자랐다. 김일성 주석과 초등학교 선후배였고, 윤동주 시인과 중학교를 함께다녔으며,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중앙고등학교 교직을 거쳐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현대 인간의 조건을 탐구했다. 대표 저서로는 '고독이라는 병'(1960), '영원과 사랑의 대화'(196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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