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무릎 관절염 진단 보조 AI'
AI가 관절염 상태 시각적으로 보여줘
의사별 판독 편차 줄여…조기진단도
양쪽 무릎 수술을 고려했던 박씨는 왼쪽 무릎에서 관절 사이의 협착과 큰 골극, 심한 뼈 변형을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의 끝에 동시 수술보다는 수술이 더 시급한 우선 왼쪽 무릎을 먼저 수술하기로 했다.
박씨는 "무릎 사진을 찍었는데 닳은 부위를 색깔로 구분해 보여주니 왼쪽 무릎 상태가 더 안좋은 게 바로 이해가 됐다"며 "세상이 점점 좋아진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은 최근 '2025년 AI 바우처 지원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무릎 관절염 진단보조 솔루션 '코네보 코아'를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연동해 환자 설명 시각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사용허가를 받은 '코네보 코아'는 환자의 무릎 엑스레이(X-ray) 영상을 10초 만에 분석해 K-L(Kellgren–Lawrence) 등급별색상으로 관절염의 심각도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다. 화면에는 손상 부위의 골극(뼈 돌기)과 관절 간격이 색상으로 표시돼, 환자 본인도 상태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은 노두현 서울대 정형외과 교수가 창업한 의료 AI 기업 코넥티브가 개발했으며, 김성환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참여했다.
김성환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AI가 관절염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니 환자가 무릎 통증의 원인을 바로 이해한다"며 "진료 현장에서 환자 설명 도구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코네보 코아'는 단순한 이미지 분석이 아니라, 관절 간격·골극 형태·연골 손상 패턴을 학습한 AI가 진단 기준에 맞춰 자동 분류하는 구조다. 초기 단계(Grade 0~1)까지도 판정 보조가 가능해 관절염의 조기 발견에 도움을 준다.
또 의료진이 일일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던 K-L 등급 판정의 일관성을 높여주고 판독 편차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김수진 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같은 환자라도 의사마다 관절염 등급이 조금씩 다르게 나올 수 있었는데, AI가 객관적인 기준선을 잡아주면서 진단의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교수는 "진단보조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판단을 뒷받침해주고 환자와의 소통을 보조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AI가 단순 판독을 넘어 환자 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고도화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은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는 영상 판독 전문의가 부족해, 정확한 관절염 등급 평가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PACS 연동형 AI 판독 시스템이 전국 의료 현장의 진단 편차를 줄이고, 지방·고령층 진료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환 교수는 "의사와 환자의 판단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AI의 진짜 힘"이라며 "앞으로는 엑스레이 한 장만으로 관절염 위험을 조기에 알려주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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