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의 삼성, '집중'하는 SK…HBM 경쟁력이 다르다

기사등록 2025/11/07 06:00:00 최종수정 2025/11/07 07:16:24

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SK 강점 달라…둘 다 필요"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일괄 수행 'IDM'

SK하이닉스, TSMC처럼…'고객과 경쟁 않는다' 전략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0.3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SK하이닉스는 '집중(focus)'에 강점이 있고, 삼성전자는 '다양성(diversity)에 강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필요하다."(엔비디아 젠슨 황)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자 다른 강점으로 승부수를 띄울 태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HBM4, HBM5, HBM97까지 함께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밝혔다.

황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로부터 모두 HBM4 샘플을 확보하고 있고,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집중(focus)'에 강점이 있고, 삼성전자는 '다양성(diversity)에 강점이 있다"며 "둘 다 각각의 방식으로 장점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둘 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모든 기업 역량이 모여야 엔비디아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나의 훌륭한 파트너이자 형제 같은 존재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에서는 종합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와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다르게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수행 가능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현재 AI 반도체는 엔비디아 등 팹리스가 제품을 설계하면, 여기에 맞춰 메모리(SK하이닉스 등), 파운드리(TSMC) 등 각 분야 전문 업체들이 협력을 맺고 칩을 만든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나홀로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메모리 성능, 파운드리 제조 상담, 첨단 패키지 기술 특성 등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며 "원스톱 쇼핑과 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특유의 장점으로 꼽힌다.
[경주=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 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 photo@newsis.com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도 유사한 전략이다.

'고객과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TSMC의 지난 2분기 점유율은 71%로 2위인 삼성전자(8%)와는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사실상 '독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메모리 전문이라는 강점을 살려 압축적인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는 고객·파트너사와 경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을 통해 "SK AI 전략의 핵심은 파트너와 공동으로 솔루션을 설계하고 발전해가는 것"이라며 "SK는 고객, 파트너와 경쟁하지 않고 여러 파트너들과 AI 사업 기회를 만들어, 최고 효율의 AI 솔루션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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