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포스 "견적 받자 마자 구매…급등 유발"
수요 폭증에도 공급 제약…매점매석 움직임까지
연말 쇼핑 시즌 돌입…메모리 품귀 현상 지속될 듯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주(10월29일~11월4일) D램 현물 시장에서 DDR5의 가격은 30% 급등했다.
트렌드포스는 "극심한 사재기(hoarding)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며 "구매자들이 견적을 받자마자 구매해 현물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물 가격은 유통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가격을 말하는데, 시장 수급 상황을 선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정된 생산능력 탓에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그동안 감산을 진행한 탓에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바닥난 것이다.
여기에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매점매석'하려는 분위기도 커진다.
트렌드포스는 "현물 거래 가격과 공식 가격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구매자들은 개의치 않고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으로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 비축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데이터 저장장치로 쓰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역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공급 부족 여파로, 낸드를 원재료로 하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SD 업체들은 판매를 자제하며 수익성 확대를 모색 중이다.
메모리 시장의 수급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매년 11월은 중국의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되면서 IT 기기 판매량이 늘어나는 시기기 때문이다. IT 단말기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소진으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메모리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공장 하나를 짓는 데 대규모 자본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생산라인은 최대 4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에게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될 수도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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