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기억과 안전의 길' 국화꽃·편지 이어져
해밀톤 골목 통제 속 인파 몰려…코스튬 곳곳
[서울=뉴시스]최은수 김윤영 수습 기자 = 핼러윈 데이를 맞은 31일 밤, 서울 이태원 일대는 분장을 한 시민들로 붐볐다. 참사 3주기를 맞은 현장은 활기가 감돌았지만, 경찰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통제와 안내를 이어갔다.
오후 5시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시민들이 국화와 편지, 과자 등을 놓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있는 그림이 담긴 전광판 3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국화 약 150여송이와 장미·안개꽃 등 꽃다발 다섯 개가 놓였다. 불닭볶음면, 매운 새우깡, 단호박, 귤, 샤인머스켓 등 음식과 과일도 함께 놓여 있었다.
전광판에는 노란색 포스트잇 70~100여 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오래 잊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기억함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등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영어·일본어·스페인어·중국어로 적힌 추모글도 붙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는 양휘도(21)씨는 "고등학생 때 뉴스로만 봤는데 직접 와보니 마음이 무겁다"며 "앞으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핼러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며 전광판을 찍거나 고개를 숙였다. 이태원을 매년 찾는다는 60대 여성 A씨는 "3년이 지나도 여전히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젊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게 너무 마음 아프다. 정부가 안전 대책을 더 꼼꼼히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6시 무렵까진 골목이 비교적 한산했지만, 7시30분 이후 인파가 빠르게 늘었다. 해밀톤호텔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붉은 펜스가 세워졌고, 경찰은 확성기와 호루라기를 들고 "멈추지 말고 이동하세요"를 반복하며 통행을 유도했다.
삐에로 분장을 한 대학생 양지혁(22)씨는 "시험이 끝나서 친구들이랑 놀러 왔다"며 "경찰이 많아 안전한 느낌이 들지만 아직 분위기가 조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음식문화거리 일대는 '보행 원활' 전광판이 켜져 있었으나, 곳곳에서 어깨가 부딪힐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20대 여성 두 명은 "아까보다 사람 훨씬 많아졌다", "퇴근하고 오는 사람들인가"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요 펍과 식당이 밀집한 거리에는 인파가 특히 몰렸다. 인기 음악이 흘러나오고, 일부 식당 앞에는 대기 줄이 생겼다. 인근에서는 아카펠라 공연이 열리자 시민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호주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제임스(48)씨는 "사람이 많아 좀 불안하긴 하지만 경찰이 계속 관리하고 있어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선 축제 분위기도 이어졌다. 가게 앞에서는 남성들이 싸이의 '예술이야'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부르며 "신난다", "기분 째지네"라고 외쳤다. 조커, 백설공주, 마녀 등 다양한 분장을 한 시민들이 보였고, 거대한 강아지 탈을 쓴 시민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오후 8시께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구간은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붐볐다. 도로가 넓은 구간은 보행이 원활했지만, 좁아지는 교차로에서는 일시적인 정체가 반복됐다.
경찰은 곳곳에서 "사람들이 오가니까 이쪽으로 이동하세요, 통행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안내했고, 무전기에서는 "위쪽으로 인파 몰리고 있습니다"는 교신이 이어졌다. 용산구청 조끼를 입은 인력들도 교차로에 배치돼 경찰과 함께 통제선을 유지하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를 '핼러윈 인파관리 특별대책기간'으로 운영하며 전국 33개 지역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이 기간 서울경찰청은 이태원과 홍대, 성수, 명동 등 인파 밀집지역 14곳에 경력 4900여명을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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