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가시광선 번갈아 쬐어 세포 사멸"…UNIST 기술 개발

기사등록 2025/10/30 09:17:41 최종수정 2025/10/30 10:08:25

유자형 교수팀 연구…항암기술 개발, 생명과학 원천 연구에 응용 가능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빛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광 스위칭 분자의 작동 원리 (사진=UNIST 제공) 2025.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쬐어 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부암 등 표재성 암 치료의 원천기술은 물론, 생명과학 연구를 위한 분자 도구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30일 화학과 유자형 교수 연구팀이 빛의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할 수 있는 광(光) 스위치 분자 ‘Mito-AZB’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분자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돼 막에 반복적인 압력 스트레스를 가해 세포 자살(apoptosis)을 유도한다. 가시광선(파장 450㎚)을 받으면 분자끼리 조립돼 단단한 섬유 구조를 만들고, 자외선(파장 350㎚)을 받으면 이 구조가 분해되는 특성을 지녔다.

이 섬유 구조의 생성과 분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막 표면이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듯 물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손상된 막 사이로 세포 자살 유도 물질이 세포질로 흘러나와 세포가 사멸한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를 찾아가는 ‘길잡이’ 성분, 빛에 따라 결합력을 바꾸는 아조벤젠, 그리고 형광염료를 조합해 이 분자를 만들었다. 형광염료는 형광현미경으로 분자의 이동과 조립 과정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UNIST 연구진. 사진 좌측부터 유자형 교수, 김상필 박사(제1저자), 김도현 박사(제1저자) 2025.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 ‘길잡이’ 성분을 다른 물질로 바꿔 리소좀이나 소포체 등 다른 세포 소기관을 선택적으로 목표로 삼을 수도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리소좀을 겨냥하는 ‘모폴린’, 소포체를 겨냥하는 ‘토실기’를 적용해 각 기관의 막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리소좀은 세포 내 노폐물을 처리하고, 소포체는 단백질 합성과 이동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이다.

유자형 교수는 “빛이라는 외부 자극으로 세포 내 분자의 조립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그에 따른 세포 반응까지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빛을 직접 비출 수 있는 피부암 등 표재성 암 치료뿐 아니라 세포 소기관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활성화하는 기초 연구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 10월 8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