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한옥 골목에 세계가 빠지다…황리단길 찾은 외국인들

기사등록 2025/10/27 17:10:00 최종수정 2025/10/27 18:36:24

APEC 첫날, 세계 각국 관광객들 황리단길 방문 모습

일부 상인 "매출 증가, 일시적 현상 아니길"

[경주=뉴시스] 정재익 기자 = APEC 정상회의 주간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옥 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7.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뉴시스]정재익 안병철 기자 = "한국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곳이네요.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건물들로 꾸며놓은 이 거리가 참 인상 깊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 첫날인 27일 오후 1시께 경주 황리단길에서 만난 미국인 케빈 베이컨 씨가 한옥 형태로 지어진 카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라는 뜻을 가진 곳으로, 젊은 층과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다. 이곳에는 전통적인 한옥 건축물들 사이에 개성 있는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트렌디한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APEC 주간을 맞은 낮 시간대 황리단길에는 경주의 이색적인 골목을 느끼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주=뉴시스] 정재익 기자 = APEC 정상회의 주간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10.27.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동양, 동남아시아, 서양권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은 '한옥+현대'가 결합한 건물들을 인상 깊게 바라보거나 그 모습을 카메라에 분주히 담았다.

특히 한옥 구조의 창틀, 마루와 마루 사이의 낮은 문턱, 외벽의 기와와 나무 살 구조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한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호주에서 온 제이슨 브라운 씨는 "나무 문살과 유리창이 어우러져 빛이 은은히 들어오는 구조가 감명 깊다"며 "이런 동네 골목에서 현지의 문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경주=뉴시스] 정재익 기자 = APEC 정상회의 주간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옥 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7.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과는 다르게 경주의 느긋함이 마음에 든다는 한 외국인의 말이 인상 깊었다.

태국인 치라 씨는 "서울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였다면, 여기는 조용하지만 따뜻한 기분이 든다"며 "한옥 사이를 걷는 느낌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한식당이 특히 인기였다. 그중 한 식당은 영어 메뉴를 곁들여 '육회 비빔밥'과 '불고기' 세트 등을 안내하기도 했다.

한 영국인 여성은 "예전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이곳으로 방문했다"며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육회와 비빔밥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니 새롭다. 김치의 매콤함은 아직 적응되지 않는다"고 웃음을 지었다.
[경주=뉴시스] 정재익 기자 = APEC 정상회의 주간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한복을 입은 일본인 부부가 한옥 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7.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거리 곳곳에는 한복 대여점에서 옷을 빌린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한옥 카페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일본인 미야코 사토 씨는 "한복을 입으니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교토의 거리와 비슷하지만 색감이 훨씬 따뜻한 느낌"이라고 했다.

골목 양옆으로 늘어선 수공예품 가게도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전통 문양을 응용한 머그잔, 한지로 만든 액세서리, 경주의 색깔을 담은 기념품 등을 유심히 살폈다.

황리단길 일대 상인들은 외국인 방문에 따라 매출이 "증가했다"면서도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APEC을 맞아 평일 낮 시간대 방문객이 확실히 늘었다"며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평일은 다시 원상 복구될 것 같다. 이번 손님 증가가 한시적 효과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경주=뉴시스] 정재익 기자 = APEC 정상회의 주간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찾은 외국인 부부가 한옥 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7.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방문한 외국인 수를 11만1313명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9만7589명보다 약 14.1% 증가한 수치다.

이날부터 집계한 현황은 30일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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