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토믹스 '마이오믹스'는 AI가 심장 MRI 영상 자동으로 분석
AI 심장 MRI 분석, 심근 두께·섬유화까지 5분 만에 정밀 진단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축구 선수 손흥민의 동료로 국내에 잘 알려진 덴마크 축구 선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지난 2021년 경기 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그는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2011년에는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신영록 선수가 경기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다행히 신영록 선수는 신속한 응급처치로 50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프로 선수라면 일반인보다 더 건강할 것 같은데 왜 많은 선수가 심장마비로 쓰러질까. 주요 이유는 운동선수가 일반인보다 심장질환에 걸렸을 때 심정지 등으로 드러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질환에 걸려도 일반인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지만,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에 무리를 주는 운동선수는 경기 중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 젊은 운동선수의 갑작스런 사망의 원인 1순위는 선천성 심장질환인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알려져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심근)이 15㎜ 이상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두꺼워진 심근이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부정맥을 유발해 급성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해 발견이 늦어진다"며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훈련 중이나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심장 MRI는 심근 두께와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검사다. 특히 LGE(Late Gadolinium Enhancement) 영상을 통해 심근 손상 정도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분석에 높은 전문성이 요구돼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시행할 수 있었다.
LGE 영상은 조영제를 사용해 심근의 섬유화나 흉터 조직을 시각화하는 검사로,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예후 평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섬유화가 15% 이상일 경우 급성 심장사 위험이 6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의료 AI 기업 팬토믹스가 개발한 '마이오믹스(Myomics)'는 인공지능(AI)이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심근 두께, 심장 기능뿐만 아니라 LGE 영상에서 섬유화 비율을 정량적으로 계산해 부정맥 위험도를 5분 이내에 정밀하게 평가한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처럼 미세한 심근 변화와 섬유화 패턴을 조기에 포착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의료계는 "심근 두께 측정과 섬유화 정량 분석은 전문가도 판독이 어려운 영역인데, Myomics의 AI가 자동으로 정확하고 재현성 있게 분석래 신속한 위험도 평가와 치료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며 " 특히, LGE 영상은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지도'와 같다"며 "마이오믹스가 이 복잡한 지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 의사가 최선의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울 것다"고 설명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한 명이 진단받으면 가족 전체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족 스크리닝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오믹스는 심근 두께와 LGE 영상 분석 시간을 대폭 단축해 중대형 병원에서도 심장 MRI 기반 가족 스크리닝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증상이 없는 가족 구성원에서도 조기에 섬유화를 발견해 예방적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팬토믹스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주요 건강검진센터에서도 심장 정밀 진단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심장 기능과 심장 나이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심장 건강 평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혈관 분석 AI 솔루션 '앤지오믹스(Angiomics)'도 2월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심장과 혈관을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판기 팬토믹스 대표는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인한 급성 심정지는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AI 기반 심장 MRI 분석이 대중화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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