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관리소장, 금고형 집행유예 선고
입고 버튼 누른 입주민에게는 벌금형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차주가 뒷좌석에 잠들어 있는 채로 주차타워에 차량이 입고됐다. 뒤늦게 잠에서 깬 차주는 그만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차주가 있는지 모르고 입고 버튼을 눌러버린 입주민과 이를 허락한 경비원, 그리고 관리소장에 대해 법원은 어떤 책임을 물었을까.
사건은 2023년 1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A씨는 부산 남구에서 직장 동료와 저녁을 먹고 오후 9시쯤 집에 가려 대리기사를 불렀다. 집인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 앞에 도착하자 기사에게 대리비를 주고 보냈다. 그러다 A씨는 뒷좌석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몇 분 뒤 같은 오피스텔 입주민 B(40대)씨가 자신의 차를 몰고 주차타워 앞에 왔고 입고 장치 위에 놓인 A씨의 승용차를 발견하게 됐다. 외부에서 차량 내부를 둘러본 B씨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어 B씨는 경비실로 가 경비원 C(70대)씨에게 "차만 있고, 사람이 없으니 제가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일지를 쓰고 있던 C씨는 별다른 확인 조치 없이 곧바로 허락했다. 이내 B씨는 입고 버튼을 눌러 A씨의 차량을 입고시켰다.
A씨의 차량은 아파트 약 15층 높이 팔레트에 최종 입고됐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A씨는 1시간가량이 지나 잠에서 깼고, 차에서 내리려 발을 내딛다 그만 아래로 떨어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결국 숨졌다.
이 사고로 B씨와 C씨, 오피스텔 관리소장 D(50대)씨는 모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김현석 부장판사는 C씨와 D씨에게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C씨의 경비원 근로계약 내용을 토대로 차량 입출고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보고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D씨 역시 전반적인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소장으로서 기계식주차장의 안전관리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김 판사는 B씨에 대한 과실 책임도 인정했다. 사건 당시 야간인데다 차량 선팅이 진하게 돼 있어 내부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을 열어보거나 전화번호로 연락하는 등의 추가적인 행위가 필요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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