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 등 작품 2만3000여점 국가 기증
'이건희 컬렉션', 美·英 등 유명 박물관 특별전
특히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 국보급 문화재와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근대 대표작 등 문화예술 작품 2만3000여점을 기증해 주목받은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으로 뻗어나가 한국 미술계를 알리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등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2021년 4월 미술 작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 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는 전례 없는 최대 규모 기증이다.
◆국보급 문화재 등 작품 2만3000여점 국가 기증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문화예술품 기부는 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폭증시켜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유족들은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 2만1600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내외 작가들의 근대 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 국내 유일 고려 천수관음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 등 지정문화재 60건이 전달됐다.
또 한국근대미술작품 143점은 제주(이중섭미술관), 강원(박수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 전국 각 지역 미술관에 기증해 지역 미술관의 소장품 수준 및 지역 문화 수준을 끌어올렸다.
2021년부터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주요 전시관에서 순회전을 열고, 총 35회에 걸쳐 350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이는 국내 역대 미술 전시회 중 최고 기록이다.
'이건희 컬렉션' 국내 순회전은 코로나 팬데믹 시절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미술품에 대한 대중 관심을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 미술 작품 등 이전까지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사회에 환원해 이제는 전 국민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미술 시장 성장 촉진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을 촉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박물관 톱5에 국립중앙박물관이 포함됐다. 미술계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또 미술 시장 거래를 집계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역대 최초로 한국 미술시장의 전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부터 세계적 아트페어 'FRIEZE(프리츠)'와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KIAF(키아프)'가 동시 공동개최를 결정하면서 초대형 아트페어 '프리츠 서울-키아프'가 매년 열리는 등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국내외 관심은 커지고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으로 전 세계 화랑들, 수집가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화가들을 주목하기 시작하는 등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뿐 아니라 한국 화가들의 세계 진출에도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다.
◆세계 유명 박물관서 해외 순회전 개시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을 시작으로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시카고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서 해외 순회 특별전을 진행한다.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 개막식에는 이재용 회장, 홍라희 명예관장 등 오너 일가가 참석해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7월에는 시카고미술관에서도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 내년 9월부터 2027년 1월에는 대영박물관 전시가 예정돼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이 같은 해외 진출을 통해 그동안 국내 미술계에서만 유명했던 작품들도 재조명할 전망이다. 미술계에서는 박수근·이중섭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수많은 한국 미술 작품이 세계적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은 개인적 관심을 뛰어넘어 문화 융성에 대한 사명감으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며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한국관 설치를 지원한 것도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