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홀시 제독 X에 “세계에 자유의 등대가 되어 달라” 사임 변
미군, B-52 폭격기 파견 등 카리브해 전력 강화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수 단속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사령부 사령관이 전격 사임했다.
국방부는 카리브해 지역 대규모 마약 단속 및 테러 대응 임무를 위해 약 1만 명의 병력을 급히 증강하고 있는 가운데 앨빈 홀시 사령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앙정보국(CIA)에 베네수엘라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도록 승인하고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공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홀시 제독, X에 “자유의 등대가 되어 달라” 사임 인사
홀시 제독은 16일 X(옛 트위터)에 “사우스컴(SOUTHCOM·남부사령부) 팀은 국가 방위에 지속적인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12월 12일자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전 세계에 자유의 등대로서 국가를 강화하고 국가의 장수(長壽)를 보장하는 임무에 집중하며 앞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올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SNS 성명에서 “전쟁부를 대표해 올해 말 은퇴 예정인 홀시 제독의 37년 이상 국가를 위한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올려 그의 사임을 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년 임기 중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임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며 “37년 경력 중 가장 큰 규모의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NYT는 홀시 사령관이 트럼프 국방부의 마약 운반선 공격 등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이견을 보였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으로는 반대 의사를 나타낸 적은 없다.
◆ 마약 단속 작전, 장관과 갈등설
일부 국방부 인사와 의원들은 헤그세스 장관의 칭찬은 홀시 사령관과의 정책적 긴장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로드 아일랜드)은 “미군이 카리브해 전역에 병력을 증강하고 베네수엘라와의 긴장이 높아지는 시점에 해당 지역 최고군사 사령관이 떠난 것은 지휘 계통 내 불안정성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9월 초부터 미 특수작전부대는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백악관이 마약을 운반했다고 주장하는 선박 최소 5척을 공격해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미국 관리들은 공격의 주요 목표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분명히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마약 밀매 혐의자를 체포해 기소하지 않고 적군처럼 사살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의회도 어떠한 무력 충돌도 승인하지 않았다.
국제법에서도 비국가 집단이 교전 당사자가 되려면 중앙집권적 지휘 구조를 갖추고 적대 행위에 참여하는 조직적 무장 집단이어야 한다.
홀시 사령관은 공습을 감독하는 최고 지위 계통의 최고 계급이지만 공습 결정은 백악관의 몫이었고 특수작전부대가 수행한 작전의 의사 결정에서 대체로 배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 올해 12명의 군 지휘관 사임·해임
흑인인 홀시 제독은 올해 사임한 12명이 넘는 군 지휘관 중 가장 최근의 사례다. 상당수는 유색 인종과 여성으로 헤그세스 장관에 의해 해고되거나 쫓겨났다.
헤그세스 장관은 흑인인 합참의장 찰스 Q. 브라운 주니어, 해군 최초의 여성 사령관 리사 프란체티 제독, 그리고 나토(NATO) 군사위원회 미군 대표 쇼샤나 채트필드 중장, 국방정보국(DIA) 국장 제프리 A. 크루즈 중장 등을 해임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부에서 리더로 생각하는 인물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데이비드 앨빈 공군참모총장은 임기 2년을 남겨 두고 8월 해임돼 11월 퇴임할 예정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전 세계 800여명 장군과 제독들을 버지니아 북부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불러 ‘정신 훈화 교육’을 했다.
◆ 카리브해 미군 전력 강화
카리브해 지역에서 미군 병력은 증강되고 있다. 현재 약 1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대부분 푸에르토리코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또한 약 2200명의 해병대원이 상륙 강습함에 배치되어 있다. 해군은 카리브해에 총 8척의 군함과 1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카리브해 지역으로 중화기를 이전했는데, 여기에는 해군 전함 8척, 공격 잠수함, 현재 푸에르토리코에 주둔하고 있는 F-35B 제트 전투기, P-8 포세이돈 정찰기, MQ-9 리퍼 드론 등이 포함된다.
미 국방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정예 특수작전부대를 이 지역에 배치했다. 그중에는 ‘나이트 스토커(Night Stalkers)’로 알려진 육군 제160 특수작전항공연대도 포함됐다.
이 부대는 베네수엘라에서 약 145km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훈련 비행을 실시해 왔다. 미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네이비실, 델타포스 등이 임무를 수행하며 네이버실은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서 활약으로도 유명하다.
국방부는 15일 B-52 폭격기도 해당 지역에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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