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 88% '성희롱 경험'…인권침해 사각지대

기사등록 2025/10/14 13:42:21 최종수정 2025/10/14 15:34:23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국내 골프장에서 일하는 경기보조원(캐디) 10명 중 8명이 고객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진보당 손솔 의원이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시행한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 인권·안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8.2%가 고객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전국 골프장에서 일하는 경기보조원 9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67.7%는 성추행 피해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반말·비하 발언 97.8%, 욕설·폭언 75.3%, 물건 던짐 61.3%, 신체적 위협 32.3%, 신체폭행 12.9%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존재했다.
 
피해를 당한 이후 회사로부터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73.2%에 달했다. 이 중 44.1%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26.9%는 '참으라'는 식의 방관을 경험했다. 심지어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으로 인한 건강장해 발생 시 사업주가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응답자의 44.1%는 골프장 내 관련 문구 안내나 음성 안내조차 없었다고 답했다. 캐디 대상 대응 교육이 있다는 응답도 12.9%에 불과했다.
 
조사에서는 골프장 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옆 홀에서 날아오는 공에 맞는 사고(4점 만점에 3.48점), 코스 내 단차로 인한 발목 접질림(3.32), 폭우·폭설 시 카트 미끄럼 사고(3.2), 동반 고객 공에 맞는 사고(3.06), 고객의 클럽에 맞는 사고(3.01) 등을 위험요소로 꼽았다.

노후한 골프카트도 문제로 지적됐다. 응답자들은 폭우 속에서도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와이퍼조차 없는 카트를 운전하며 비닐을 젖히고 얼굴을 내민 채 운전해야 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손솔 의원은 "골프장 캐디는 단순 서비스직이 아니라 폭언과 낙뢰를 함께 견디는 위험노동자"라며 "정부가 인권침해 및 산업재해 예방 기준을 마련하고, 법적 보호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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