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부소산성서 물 저장고 갖춘 빙고 첫 발견…지진구도 나와

기사등록 2025/10/13 10:12:21

17차 발굴마무리 작업서 발견…빙고 너비 7mX8m, 깊이 2.5m

항아리 형태 지진구 발견…빙고 성공적 축조 기원용으로 추정

18차 발굴조사는 군창지 서쪽 지역…왕궁터 실체 규명 기대

[서울=뉴시스] 백제시대 지진구 위치와 출토현황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부여 부소산성에서 물 저장고가 있는 얼음 창고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7차 발굴 조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빙고(氷庫)와 지진구(地鎭具)가 추가로 발견됐는데 이것은 부소산성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라고 13일 밝혔다
[서울=뉴시스] 백제시대 빙고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빙고는 17차 조사구역 동쪽 끝부분에 있다. 평면은 사각형이며 내부 단면은 U자형이다.

규모는 동서 길이 약 7m, 남북 너비 약 8m, 깊이는 2.5m에 달한다.

초기에는 암반을 파서 벽으로 사용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남쪽 벽에 반듯한 네모 모양으로 깎은 돌을 세워 공간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 중앙에 길이 230㎝, 너비 130㎝, 깊이 50㎝로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 후 남쪽에 할석을 채운 시설을 만들었다.

이는 빙고 안에서 발생한 물을 배수하기 위한 물 저장고인 집수정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러한 빙고는 얼음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특수시설로 강력한 왕권과 국가 권력이 있어야만 구축·운영할 수 있었던 특별한 위계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난 17차 발굴조사에서 부소산성 내 가장 높고 넓은 평탄대지를 조사해 백제 왕궁의 높은 위계 공간임을 알 수 있는 대지조성, 굴립주 건물지, 와적기단 건물지를 발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지진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진구는 건물을 짓기 전 토지신에게 건물과 대지의 안전을 기원하려고 봉안하는 상징물이다. 재앙 방지와 공헌·의례적 성격을 지녔다.

지진구로 사용한 항아리는 직각 형태로 목이 짧다. 그 위에 둥근 구슬 모양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덮여 있다.

내부에는 오수전(五銖錢) 무게가 5수(銖)인 중국 동전(B.C.118~A.D.620 사용) 5점이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지진구 내 오수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보통 백제시대 지진구는 성토된 대지나 축대, 마당지와 같은 전체 대지의 안정을 기원하는 공헌의례나 개별 건물지에 대한 의례 행위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지진구는 대지조성층이 아닌 생토를 굴착해 조성됐다"며 "주변 건물은 빙고만이 확인되고 있어 빙고의 성공적 축조를 기원하기 위해 봉안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소는 18차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군용 식량 창고였던 군창지 서쪽 지역을 조사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지난 17차 조사에서 확인된 건축물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구역"이라며 "백제 사비기 왕궁터의 구체적 실체 규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발견된 빙고와 지진구에 대한 구체적인 조성 시기에 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날 부여군과 부소산성에 대한 제18차 발굴조사 시작을 알리는 개토제를 올리고 17차 발굴조사의 추가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