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어둠이 내려 앉은 공장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동화 공장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자동차 생산을 스스로 제어하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개념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얘기다.
 
◆자동화율 100%…로봇이 공정 주도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설계 때부터 단순 조립공장이 아닌 '자율 생산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울산과 앨라배마에 이은 세 번째 대규모 거점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한 라인에서 조립할 수 있는 '유연 생산체계'도 갖췄다.

HMGMA는 특히 설계 단계부터 로봇과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프레스·차체·도장 공정의 자동화율이 100%에 달한다. 대부분 직원들이 맡는 의장 공정도 자동화율이 40% 정도다.

이를 위해 산업용 로봇 102대, 협동로봇 37대, 자율주행운반로봇(AGV) 161대, 파킹로봇 24대 등 총 324대의 로봇이 투입돼 일사분란하게 공정을 담당한다.

이들은 AI 분석을 통해 공정 효율을 스스로 최적화하며, 프레스 라인은 금형 교체 시간까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생산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다.

차체 라인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용접 품질을 자동 보정하고, 도장 공정은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반영해 색상 균일도까지 유지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E-아틀라스' 투입
HMGMA는 이미 설비 점검 단계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투입하고 있다.

개를 닮은 이 로봇은 야간이나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을 순찰하며 열화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로 설비 이상을 감지한다. 기존 고정식 스캐너보다 이동성과 유연성이 뛰어나 점검 범위를 넓히고, 이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인간형 로봇 'E-아틀라스(Atlas)'의 개념 검증(PoC)을 HMGMA에서 시작한다. 인간 작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본격 준비하는 것이다.

완전 전기식으로 진화한 아틀라스는 행동AI를 기반으로 자재 운반, 부품 핸들링, 조립 지원 등 복합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단순 반복이 아닌, 환경을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 동작이 목표다.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북미 핵심 거점
현재 HMGMA의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대로, 2028년까지 50만대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추가되는 라인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 SUV 중심으로 운영되며,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모델을 혼류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 공장 주변에는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 클러스터형 공급망이 구축됐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시스템과 핵심 모듈을, 현대제철은 초고강도강 소재를, 현대트랜시스는 시트를 각각 공급한다.

이 통합 구조는 물류비 절감과 공정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해, 세액공제 종료 이후에도 북미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HMGMA는 로봇이 생산의 중심이 되는 차세대 메타플랜트이자 전동화 시대 품질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공간"이라며 "자율 생산 공정을 통해 전 세계 현대차 공장 중 제조 효율성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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