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다닥다닥'…수도 없이 난립하는 '불법 덕담 현수막'

기사등록 2025/10/09 13:14:13
[부안=뉴시스] 김얼 기자 = 6일 전북 부안군의 한 도로에 추석 맞이 현수막이 무질서하게 걸려 있다. 2025.10.06.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석 명절 전북지역 곳곳에 추석 인사를 빙자한 '불법 현수막'이 무차별적으로 내걸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9일 전북 전주시의 한 사거리. 연휴 마지막 날 오전 시간대여서인지 다소 한적한 모습을 보이는 거리다.

사거리를 잠시 둘러보자 바로 가로수 사이로 큼지막하게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풍요로운 한가위'라는 문구와 함께 모 정당의 대표 사진과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개수는 한 개가 아니었다. 큰 대로를 가운데 두고 같은 현수막 두 장이 양 옆으로 나란히 걸려있었다.

멀지 않은 다른 거리에는 정당 이름으로 나간 추석 인사 현수막도 게시돼 있다. 그 외에도 다른 지역에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자들의 현수막은 물론 수많은 이들이 층을 쌓은 듯 비슷한 추석 인사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교차로 하나를 건너면 쉽게 눈에 보이는 추석 덕담이 적힌 현수막은 정작 시민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시민에게 현수막에 대해 의견을 묻자 "당연히 보기 안 좋다. 일이라도 잘해서 (현수막을 걸면) 몰라, 뭘 잘했다고 가는 곳마다 (거느냐)"라며 "나무에 묶어가지고 막 설치하는 거 불법 아닌가. 보기 싫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명절만 되면 난립하는 이같은 현수막은 이처럼 도시 미관을 해치고, 교차로와 같이 통행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보행자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대다수의 현수막은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 설치를 한 불법 현수막이기도 하다. 정당 및 정치인들이 내거는 현수막은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 두 개의 제한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정당, 당 대표, 당협위원장 명의의 현수막만이 통상적 정치 활동의 일환으로 설치된 현수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들 현수막은 읍·면·동별 2개까지 15일의 기간동안 설치가 가능하지만, 스쿨존·소방시설 주변에는 설치가 제한된다. 또 교차로와 횡단보도 인근에서는 현수막 아랫부분을 기준으로 할 때 2.5m의 높이를 지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정당 관련 현수막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지정된 게시대에 현수막을 내걸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내걸고 있는 상태다.

현수막 설치 자체는 적법하나 앞서 본 현수막들은 그 높이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다. 모두 규정을 지키지 않은 불법 현수막인 것이다.

지자체는 난립하는 불법 현수막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대적인 불법 현수막 단속·철거에 나섰지만, 철거된 이후 재차 똑같은 현수막이 재게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의회의 경우 지난 2023년부터 명절 인사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고 있는 등 일부에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계속된 현수막 난립은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지는 만큼 행정력 낭비와 도시 미관 개선 등을 위해 정치권에서 더욱 자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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