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며 하나 되는 추석' 전국 이주노동자 축구대회 후끈

기사등록 2025/10/08 16:48:47

전국 16개 팀 300여명 참가, 베트남·우즈벡 등 4개국 열전

"한국서 첫 명절 나기지만 형제와 함께 지내 외롭지 않아"

2008년 첫 개최 이후 누적 1만명 참여…지역 축제 발돋움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추석 연휴 엿새째인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전공원에서 추석맞이 광산구청장배 전국 이주노동자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5.10.08. lhh@newsis.com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패스, 패스!" "꼬 렌(화이팅)!, 꼬 렌!"

추석 연휴 엿새 째인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전공원에서는 광산구청장배 전국 이주노동자 축구대회가 펼쳐졌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장 곳곳에서 우레와 같은 응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잔디 구장을 둘러싼 20여 개 부스에는 동료들과 아이들, 가족 단위 응원단이 옹기 종기 모여 선수 이름을 힘차게 연호하며 응원했다.

각 국 응원단은 냄비와 빈 페트병, 깃발을 휘날리며 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형형색색 축구 유니폼을 갖춰 입은 이주노동자들은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으며 공 하나에도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결승전에는 광주 베트남 FC(베트남)와 서울 레전드 FC(우즈베키스탄) 팀이 자웅을 겨뤘다.

이들은 오전에 비가 내린 뒤 습도가 올라 체감온도가 높은 악조건 속에서도 승리의 투지를 불살랐다.

격한 몸싸움 끝에 쓰러지는 선수도 속출했지만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부축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심판 판정에 불만스런 표정과 제스처도 보였지만, 곧장 평정심을 되찾고 경기에 몰두했다.

공이 골망을 아쉽게 비켜갈 때면 관중석에선 탄식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응원하는 관중부터 내내 서서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까지 경기장은 프로축구 못지않은 열기로 가득찼다. 

선수로 뛴 이차틸로 에르가셰프(20·우즈베키스탄)는 "올해로 2번째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회 기간 전국에 있는 많은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귄다. 팀은 졌지만 동포인 서울 레전드 팀이 결승에 올라와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팀의 우승을 이끈 광주 베트남FC 주장 리김민(36·베트남)은 "베트남 팀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하게 됐다. 한국 명절에 베트남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어 참 뜻깊다.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행사가 꾸준히 열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소하일(21·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서 처음 맞는 명절에 고향에 계실 부모님과 동생들 생각이 많이 난다. 축구 대회 때문에 광주에 처음 왔지만 다행히 동포 형제들과 함께 외롭지 않은 명절을 보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회를 기획한 김복주 아시아FC 감독은 "전국 이주노동자들도 명절엔 고국 생각에 외롭다. 스포츠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정을 나누며 값진 명절을 보내고 있다. 15년 차가 된 전통적인 대회인 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예선전을 비롯해 올해 대회에는 전국 16개 이주노동자 축구 동호회 소속 선수 300여 명이 참가했다. 베트남·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캄보디아 등 4개 국적에 이른다.

한편 추석맞이 광산구청장배 전국 이주노동자 축구대회는 2008년 처음 시작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했던 2020·2021을 제외하곤 해마다 열렸으며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누적 참여 이주노동자는 1만여 명에 달한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추석맞이 광산구청장배 전국 이주노동자 축구대회가 열린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전공원에서 선수들과 관중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10.08. lh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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