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위원장, 취임 후 하도급·가맹 등 '을'과 소통
지난 정부 우려 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추진키로
'기프티콘 수수료 전가' 메가커피에 역대급 과징금
식료품 담합 조사 중…설탕담합 조사 조만간 종료
"서민과 경제적 약자 보호하고 소비자 주권 확립"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민생 분야에서 연이어 행보를 넓히고 있다.
주병기 위원장은 취임 이후 하도급·가맹·유통 등 대표적인 갑을분야에서 '을'과의 만남을 통해 불공정 거래 구조 개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이 물가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직접 당부한 만큼 물가 관련 담합도 들여다보고 있다.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통해 중소기업·가맹점주·벤처업계·유통 납품업계·중소 건설업체 등을 잇따라 만났다.
주 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와 만난 자리에서는 지급보증제도와 납품단가연동제 등에 대한 보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맹점주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창업부터 폐업까지 전 과정에 걸쳐서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벤처기업계에는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유통 납품업계에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지급 기한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건설업계와는 원청의 산업안전 비용 전가 등 법 위반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보다 적발 시 받게 되는 손실이 커지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이 갑을관계 분야를 집중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정위의 정책 기조가 이전 정부와 달라지기도 했다.
가맹점주들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전 정부에서 공정위는 점주 단체교섭권 보장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주 위원장 취임 후 입장을 바꿔 단체교섭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개정안에는 가맹본부가 협의 명령을 거부할 경우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현장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가맹점주들이 오랜 기간 요구해온 협상권 보장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에는 최근 하도급대금 공시제와 연동제 시행에 따른 주의사항을 안내했고, 기술탈취 사건의 조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심사자문단의 자문위원 구성을 재편하는 등 작업도 병행 중이다.
실제 제재 사례도 나왔다.
메가커피는 필수품목과 기프티콘 수수료와 관련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외식업종 분야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가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만큼, 향후 가맹업계 전반에 걸쳐 제도 준수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 급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공정위가 진행 중인 물가 담합 조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설탕 담합 사건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CJ제일제당 등 설탕 제조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조만간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사 대상 업체들에게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음료와 계란 등 식료품 가격 담합 사건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음료 가격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롯데칠성·코카콜라·동서음료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6월에는 계란값 상승 주도 의혹과 관련해 산란계협회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공정위의 인력 확충 방안이 확정되면 조사에 더욱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공정위가 조사할 것이 너무 많은데 인력 부족으로 안 하거나 뭉개고 넘어가는 것이 많다는 설이 있다"고 한 바 있다.
이처럼 공정위 인력이 부족해 사건 처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는데, 하도급이나 가맹·유통국이 신설되고 인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의 미션은 국민 생활을 지지하는 든든한 역량이 돼야 한다"며 "서민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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