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은행 들렀다 회사 복귀 중 사고…'산재' 맞나요?[직장인 완생]

기사등록 2025/10/04 09:00:00 최종수정 2025/10/04 09:56:24

점심→회사인 경우 산재 가능성

다만 은행 방문 등 개인업무했다면

원칙상 산재 아냐…"사업주 관리 전제"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6년째 일하고 있는 A씨. 최근 교통사고 피해자가 됐다. 정확히는 도보를 걷던 중 뒤에서 달려드는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그는 점심 식사 후 회사 근처 ATM에서 은행 업무를 보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가볍게 다친 수준이 아니라 깁스까지 해야 하는 A씨. 다가오는 출장이 걱정된다. 그런데 최근 만난 한 지인은 그에게 "산재 아닌가"라고 넌지시 말했다.

건설현장, 제조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는 달리, 사무직 근로자들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땐 산재 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업무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사로 출근하는 중 교통사고 등을 당했을 땐 통상 산재로 인정된다. 그런데 퇴근길에 취미 학원 등으로 이동 중 발생한 사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A씨의 사례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산재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사업장 내에서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해 다쳤다면 대부분 산재로 인정된다. 산재의 핵심 요건이 업무와의 연관성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헷갈리는 부분은 점심시간과 같은 휴게시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식사를 위해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거나 식사 후 사업장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다친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점심시간 내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에만 한정된다.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는 중 재해가 발생하면 산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구내식당이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사업장 인근 자택에서 식사를 한 후 복귀하던 중 넘어져 다친 사건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통상 사업주의 지배·감독 하에 발생한 재해를 산재로 판단하는데, 식사 후 회사로 돌아오는 과정이 사업주 지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A씨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식사만 한 것이 아니라 은행을 들려 개인적인 업무를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사업주가 휴게시간을 허용한 목적인 '식사'에서 벗어나 사적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휴게시간 중 재해는 기본적으로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식사처럼 일반적으로 휴게시간 중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들에 대해서 (산재가) 인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상 은행 업무, 병원 방문 등 사적 행위엔 산재가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