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등 불상사 우려 자택에 들어간 경찰 위협
1심은 유죄…2심 "적법한 공무집행 아냐" 무죄
2심 "자해 상황 아냐…강제처분 요건 충족 못해"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성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거지로 들어오자 쇠파이프를 들고 위협한 30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범죄 행위로 의심될 만한 상황이 종료됐고 추가 범행도 예상되지 않았는데 수색과 같은 강제처분에 나선 것은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단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8월 광주 남구 자택에서 여자친구 B씨를 성폭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을 위협적인 행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장에 나간 경찰들은 집 밖에 나와 있던 B씨에게 신고 경위를 확인했다. B씨는 A씨가 방 안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쫒아냈다고 했다.
경찰들은 A씨의 이름을 부르며 안에 있는지 확인했으나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A씨가 자해를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A씨는 집으로 들어온 경찰에게 "나가"라고 말한 뒤 베란다에 있던 쇠파이프를 가져와 휘두를 듯이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B씨가 이틀 전부터 A씨의 주거지에서 머물고 있었던 점, A씨가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강간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출동한 경찰에게 A씨가 자해 등을 시도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고, 집 안에서 이 같은 행위를 시도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고 봤다. 주거지에 들어간 것은 강제처분으로 볼 수 있으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정당한 직무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피고인 범죄행위는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피해자가 이미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나와 분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범죄행위의 발생이 예상되는 것도 아니었다"며 "자해하는 등 상황이 우려된다는 판단 만으로 주거지에 들어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사실 확인을 위해 주거지에 출입한 것은 수사를 위한 강제처분으로서 수색에 해당한다고 보이나 강제처분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볼 근거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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